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달 3주일 간 일본을 방문해 다양한 연구자 정부관계자 기자를 만났다. 몇차례 비공개 세미나에서 일본측이 주로 요구한 발표주제는 북한 내부의 코로나 확산과 체제안전, 경제위기였다. 더불어 윤석열정부와 한국 보수언론들이 7차 북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나 정보 출처를 궁금해했다.

이후 토론은 주로 한일관계, 윤석열정부의 각 분야 주요 정책, 그리고 아베 전 총리 사후 권력구도 등에 집중됐다. 세미나 이후엔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눴다.

다수 기성세대 일본인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야붕(대장) 기질'과 김건희 여사의 에너지 넘치는 정치활동에 깊은 호감과 찬사를 보내며, 일본과 대화가 너무 잘 통하는 한국의 역대 최고 지도자로 추켜세웠다.

일측 인사들은 윤석열정부의 의욕 넘치는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한 노력과 의지에 호감과 지지를 보내지만, 임기 초 일관성이 결여된 각종 정책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과의 협력이라는 윤석열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능력에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왜 실패한 이명박정부 인사들이냐. 그들은 밀실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맺어 한일 우호관계 구축에 성공했다. 그러나 얼마 후 현직 국가원수가 독도를 방문하고 천황에게 과거사 공개사과를 요구해 한일관계를 파탄으로 이끌었던 주인공들 아니냐. 윤석열정부가 지지율 회복을 정치와 정책이 아닌 제7차 북핵실험에 기대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일본서 낮은 지지율은 내각 총사퇴 의미

더불어 외교정책 결정자가 누구인지, 외교실천을 위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현재 한국 당국이 일본측에 제시하는 파격적인 협력의 의미를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숙지하고, 외교실천 능력이 있는지도 궁금해했다.

지난 7월 윤 대통령 지지율은 32% 전후였다. "일본은 여론에 민감한 의원내각제다. 항상 한국 여론의 흐름을 주시한다. 지금은 전형적인 레임덕 현상이 보이고 있다. 지지율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같으면 내각 불신임, 중의원 해산 상황이다. 지지율이 낮으면 관료들이 일을 하지 않고, 식물정부 식물대통령이 된다. 외교는 내정의 연속이다. 일본과 합의를 해도, 2015년 위안부합의처럼 한국 국민들이 합의를 뒤집을 수 있다."

여러 연구자들로부터 이런 의견을 듣고 놀라서 '레임덕은 임기 말에나 나오는 것 아니냐'고 재차 반문했지만, 그들은 "임기 초에 임기 말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했다.

8월 5일 한국갤럽의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24%, 부정 66%로 조사됐다. 일본 연구자들의 전망대로 지난 2주간 약 8%p 가량 가파르게 하락했다.

윤석열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측과 잦은 만남과 전화를 통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일측은 우리 당국자들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한국 국내 재판과 여론 상황부터 정리하고, 한일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고 한다.

일측은 한국 당국자들이 자신들의 제언을 이해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측에 자세한 설명까지는 할 수 없었지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 당국 기자 학자 등을 만나는 것이 시급한 일이 아니다. 먼저 피해자와 국회권력의 2/3 이상을 장악한 한국 야당 의원들, 부정평가하는 60%의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한일협상 앞서 한국 야당과 국민 동의부터

지난 몇년간 극우들의 혐한 분위기 조성에도 불구하고, MZ세대들이 한국을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일본 기성세대는 과거 한국이 뒤쳐진 국가였는데,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역이용한 한국은 이제 일본을 더욱 바짝 쫓는 추격자로 성장했다고 탄식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 동안 추락하는 일본을 겪은 기성세대들은 추격자 한국을 경계와 질투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윤 대통령을 최고 지도자로 찬사를 보내는 기성세대들의 속내가 혹시 갤럽 여론조사에서 낮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지목된 인사실패 무능 독단 소통미흡 직무태도 외교실패 등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공연한 의심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