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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우리 부부가 사는 법]

따로 또 같이, 부부조각가 박찬용 호해란

“라이벌이 아닌 동반자라서 행복해요”

등록 : 2014-05-30 14:05:12

‘사랑한다는 것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다.’
‘어린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남긴 말입니다.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이 사랑이라면 부부조각가 박찬용과 호해란, 이들은 행복한 부부입니다.


30년 지기 부부의 조각사랑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 161번길, 일명 프로방스라 불리는 마을을 지나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 언뜻 공장처럼 보이는 건물 안에는 평소 접하기 힘든 조각 작품들이 즐비해 있다. 얼마 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고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박찬용(50) 호해란(49) 부부의 작품들이다.
  박찬용 작가는 사나운 동물의 형상을 빌려 인간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물 조각가’다. 호해란 작가는 주로 돌을 소재로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하는 ‘석조 조각가’다. 이들은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하루 24시간을 같이 지내는 동료이자 경쟁자, 그리고 부부다. 한 작업장에서 알콩달콩 사랑을 키우며 조각이라는 자녀를 낳는 이들은 창작을 위해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자연을 벗 삼아 즐기며 매 순간을 소중히, 감사하고, 만족하며 그 속에서 창작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전혀 다른 성향의 이들 작품이 한 공간에 놓여있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이렇듯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의 만남은 30여 년 전 시작됐다. 미술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선후배로 만나 서로의 작업 스타일에 호기심을 느끼며 깊이 이해하고 교제하게 됐다. 졸업 후 결혼으로 골인. 예술가 부부로 살아온 지 어느덧 25년, 여전히 상대방의 작업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작품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곁에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예민한 남편 서정적인 아내   
  생활공간과 작업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부부의 작품 세계는 사뭇 다르다. 남편 박찬용 조각가가 폭력이 극화된 거친 세상에서 인간과 동물의 거칠고 예민한 폭력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면, 아내 호해란 조각가는 삶 속에서 체험하는 일상적인 모습을 서정적이면서 정겹게 표현하고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박찬용 작가는 투견판과 동물들을 통해 자연에 욕망을 투영하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며 “그가 만드는 공간에는 거친 폭력과 고통이 난무 한다”고 평한다. 이어 호해란 작가에 대해서는 ”어떤 재료든 작가의 손에 닿으면 두루뭉술하면서 내면을 파고드는, 어눌하면서 정겹고 부드러운 특유의 서정적 정서를 머금은 조형으로 되살아난다“고 설명한다.
  두 사람은 작업하는 스타일도 달라 가끔 부닥치기도 했다. “남편은 예민하고 작업 스타일이 워낙 깔끔해요. 뭐든지 딱딱 정리돼 있어야 하죠. 반면 저는 무조건 어지럽히고 나서 다 끝나면 치우는 스타일에요. 쓰는 공간 자체도 작고 치우면 단절되는 느낌이 들어서 안치우고 놔두죠.”
  재미있는 사실은 두 사람이 지금껏 함께 살고 동료 조각가로 활동할 수 있는 저변에는 서로 다른 취향이 한몫했다. “일반적으로 조각하는 사람들은 성향이 비슷한 작가와 함께 작업실을 쓰면 힘들어해요.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 내 아이디어가 상대에게 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부대끼게 되잖아요. 저희는 추구하는 게 워낙 달라서 그럴 염려는 없더라고요.”

부부가 함께 걸어가는 길, 함께 키워가는 꿈  
  서로의 작품 스타일은 다르지만 작품에 대한 느낌이나 구상에 대해서는 서로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때만큼은 경쟁조각가가 아닌 부부로 돌아서는 대목이다. 특히 서로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같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터득한 서로에 대한 배려다.
  호 작가는“각자의 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에요. 생활비가 부족하고, 작품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아도 납득이 가죠. 다른 부부들은 이해 못한다고 다투기도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안다”며 “같은 일을 하는 부부로서의 장점”이라고 웃는다.
  조각은 작가 본인만의 작업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는 게 필요한 분야다. 때문에 서로가 옆에서 조언하고 짚어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셈. 서로가 서로의 첫 관객이자 좋은 게 있으면 가르쳐주는 스승, 전시회 땐 서로 작품을 거들기도 한다. 다른 부부에 비해 유독 친구 같아 보이는 이유다.
  “남편 작품은 가식이 없어요. 작품과 본인이 똑같아요. 경험한 모든 것이 작품으로 표현돼죠. 스쿠버다이빙과 술을 좋아하는데 그대로 작품에 표현이 되더라고요”아내 호해란은 남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표현력과 진실함에 깜짝깜짝 놀란다고 덧붙인다. 남편 박찬용 역시 일상에서 흔히 보는 인물들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호해란의 조각은 재밌으면서 편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들 부부의 작업실은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다. 서로가 마음을 나누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동의 공간이자 이들 부부의 삶을 닮은 또 하나의 집이다.
  기존의 미술 판도와는 달리 자신들만의 길을 묵묵히 조각해 나가고 있는 박찬용 호해란 부부는 “누군가가 결혼 생활은 살얼음 위에서 부부가 발을 꽁꽁 묶고 걸어가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한 사람이 힘을 주어서도 안 되고, 조금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박자를 잘 맞춰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요. 부부라도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해야 돼요. 억지로 껴 맞추면 오히려 관계가 깨지죠.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우리 부부는 앞으로도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인정하며 예술가로서의 작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라며 미소 지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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