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여행사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고객불만 모두 떠넘겨" … 하나투어 "고객보호 차원"

하나투어가 현지 여행사(대형 여행사가 모집한 해외 패키지여행 고객의 현지 일정을 담당하는 여행사)를 상대로 '갑질' 계약을 맺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행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는지와 무관하게 현지 여행사가 고객에게 배상을 하도록 해 과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대형 여행사와의 계약보다 불합리 = 하나투어와 현지 여행사의 계약에서 여행 도중 벌어진 고객의 불만 등에 대한 손해 배상 의무는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현지 여행사에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관련 조항에서 귀책사유에 관한 부분이 명시돼 있지 않아 현지 여행사가 배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행사 관계자 A씨는 "하나투어와 거래를 하면서 고객들에게 배상을 해 준 적이 있다"면서 "계속 하나투어와 상의를 하며 진행하던 중 고객의 불만이 제기된 경우였는데도 고객에게는 우리가 전부 배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여행사들이 현지 여행사와 맺은 계약과 비교했을 때 하나투어가 현지 여행사와 맺은 계약이 더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모두투어의 경우 귀책 당사자가 전액 배상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법무법인 루츠알레의 장대근 변호사는 "제3자에 의한 사고의 경우에도 '을'의 책임 하에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항은 계약상 '을'인 현지 여행사로선 불리한 조항"이라면서 "제3자에 의한 사고는 양측에 다 책임이 없는 사유로 현지 여행사만 책임을 지는 것은 불공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는 "계약서에 명시된 '제3자에 의한 사고'의 '제3자'는 현지 여행사가 관리 감독을 하는 관련 업체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식당에 갔는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현지 여행사가 식당이라는 '제3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패키지여행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현지 여행사가 영세하기 때문에 하나투어도 함께 책임을 진다는 입장이다.

◆보험 가입도 까다로워 = 보험 가입과 관련해서도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대형 여행사는 현지 여행사들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려는 취지로 현지 여행사들로 하여금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하나투어의 경우 지급이행보증보험과 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보험 2개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은 영세한 현지 여행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급이행보증보험은 현지 여행사가 패키지관광 일정을 수행하지 않았을 때 등의 경우, 대형 여행사에서 손해가 발생할 때 보험사로 하여금 이를 보증하도록 하는 보험. 3000만원짜리 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1년에 몇십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배상책임보험은 고객들이 여행 일정 중 벌어진 사건 등에 대해 무리한 배상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가입하는 것으로 5000만원짜리의 경우 1년에 300만~4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모두투어와 한진관광의 경우, 현지 여행사로 하여금 배상책임보험 등 1개의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지급이행보증보험 또는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2개의 보험에 전부 가입하도록 하고 있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현지 여행사가 지급이행보증보험에 가입한다고 해도 금액 한도가 작아 실제 패키지여행 일정을 진행하지 못했을 때 돈을 낸 고객들에게 제대로 배상하지 못한다"면서 "그럼에도 고객을 최대한 보호하는 차원에서 해당 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패키지 물량을 쥐고 있는 '갑'" = 현지 여행사들은 이같은 '갑질'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현재 업계 1위인 하나투어가 패키지여행 상품 물량의 대부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패키지여행 상품의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막강한 물량을 바탕으로 하나투어는 각 국가의 패키지여행 일정을 진행할 현지 여행사와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규모가 영세한 현지 여행사로서는 무리한 조항에도 불구하고 하나투어와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 여행사 운영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물량이 끊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지 여행사의 경우 1명이 운영하거나 규모가 큰 곳이라도 직원이 5~6명에 불과하다. 가이드나 차량 기사 등은 프리랜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업계 관계자 B씨는 "하나투어는 많은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여행사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된다"면서 "물량이 곧, 시장 지배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갑을관계가 있다면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현지 여행사의 의견을 꾸준히 반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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