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50명이 지난 20일 '혐오죄'의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인종 및 출생지역 등을 이유로 공연히 사람을 혐오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법안의 취지를 살펴보자.

"최근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지역·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인한 갈등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되는 인종 차별적 발언의 경우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체류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회통합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지역 차별적 발언의 경우에도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나 언론사의 게시판, 댓글 등을 중심으로 그 수가 증가하여 지역 간 반목을 조장하고 있으나, 현행법상의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이와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에는 불충분한 영역이 많고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현행법상 '혐오죄'를 신설하여 인종 및 출생지역 등을 이유로 사람을 혐오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려는 것임."

법안의 전체를 보지 못했지만 혹시 국민의 법감정이나 법리적으로 손봐야할 부분이 있더라도 그런 점은 앞으로 심의 과정에서 반영하면 될 것이다.

사실 모든 불건강함은 그 자체로 직접 규제, 처벌하기보다 압도적인 건강함으로 덮어 버리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그러나 법안 취지에서 말한 것처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고 불건강 요소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퍼지고 있다면 미래에 대한 준비 차원에서라도 더 이상 지체하지 말아야 할 법안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이민자, 결혼이주자 등의 증가로 다문화가구가 늘 수밖에 없다.

출생지 등 이유로 혐오한 경우 처벌토록

얼마 전 일어난 '리틀싸이' 황민우군에 대한 인종차별적 언어폭력같은 것이 자라지 못하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거기다 이런 심성이 퍼져나가면 결국에는 다가올 통일시대에는 또 얼마나 북한주민에 대한 멸시와 비하가 난무할까 두렵다.

남북갈등으로 갈갈이 찢긴 사회는 끔찍하다.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등 유럽국가가 일찌감치 나치 범죄 부인행위, 차별과 증오를 부추기는 언동을 처벌하는 법을 만든 것이나 대부분의 나라들에 차별금지법의 일환으로 혐오죄가 있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다.

발의에 참여한 50명 의원들, 특히 대표 발의한 안효대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같은 시국에서 이런 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반대자들은 안 의원을 비롯한 몇 의원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공표하고 항의전화걸기를 유도하고 있다.

반대이유인즉슨 '전라도에 주로 집중된 빨갱이, 빨치산, 전라도, 5·18, 양아치, 홍어, 하와이 등의 용어들은 현존하는 갈등을 표현하는 키워드'이며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갈등을 치유하는 건강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경상도 사람, 강원도 사람, 충청도 사람들은 문둥이, 감자바위, 과메기 등 별 소리 다 들어도 '사람혐오법' 만들어 달라 하지 않는데 전라도 사람들은 무슨 상전이어서 이런 법을 만들어 달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빨갱이 소리 못하면 어떻게 빨갱이들과 싸웁니까?"라는 말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그러나 모든 언어는 텍스트보다 콘텍스트에서 의미를 갖는다. 홍어와 과메기, 문둥이. 감자바위는 같은 비하단어일지라도 콘텍스트가 다르다.(참고로 필자는 경상도사람)

'빨갱이'와 싸우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특정지역 전체를 싸잡아 '빨갱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다.

국가대통합위가 집중할 주제

얼마 전 고교 교사가 수업 중에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편향적 발언을 해 학생이 울음을 터트린 일이 벌어졌다. 요즘 10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특정지역에 대한 비하나 거부감 표출'을 놀이문화로 삼는 배경에는 이처럼 왜곡담론을 생산하는 어른들이 있다고 본다.

국가대통합위원회가 발족했다. 이명박정부의 사회통합위원회도 10대 과제를 내걸었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애초에 자문위원회가 손댈 일도 아니었고 대통령의 의지도 없었다. 박정부의 통합위원회는 별로 효과 없을 여러 과제는 다 제쳐두고 '혐오범죄' 하나만 집중해서 잘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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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경 내일신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