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티스-M 골칫덩이로 예산 1700억원 좀먹어

일광공영이 불곰사업의 하나로 중개한 러시아제 대전차미사일 메티스-M 1만여발의 수명연한이 올해부터 내년까지 일시에 도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순차적으로 나눠서 도입해야 할 것을 무더기로 구매, 국가예산 1700억원을 좀먹고 있는 것이다.

육군에 따르면 2005년 도입한 2627발, 2006년 7541발 등 1만168발의 메티스-M 수명연한이 올해부터 무더기로 도래했기 때문에 도입한지 10년이 되는 미사일에 대해 국가기술품질원이 탄약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 관계자는 "탄약검사를 통해 불량탄은 폐기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계속 사용하도록 조치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현궁(차기 보병용 대전차미사일)으로 대체 전력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곰 1차사업 때는 1997년 메티스-M 363발, 1998년 177발을 들여와 수명연한의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발사대는 불곰 1차 때는 70기, 2차는 156기 도입했다. 메티스-M 미사일 1발은 1700만원선이다.

수명연한이 10년인 미사일을 대거 도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지적됐다. 방위사업청은 2013년 5월 30일 내일신문이 '공대지미사일을 2700억 원어치 줄여 구매했다'고 보도하자 "헬파이어 미사일의 유효기간이 10년이라서 순차적 구매가 필요하다"며 "가장 효율적인 수량을 구매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불곰 2차사업 때 메티스-M 구매량이 급증한 것은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로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는 육군이 최초에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는데도 구매액을 8600만 달러에서 1억7800만 달러로, 다시 2억7100만 달러로 늘렸다. 최종적으로 2002년 11월 2차사업의 총액 5억3400만 달러의 37%인 2억200만 달러 어치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규태 회장은 우리 정부에 로비를 벌여 도입품목 선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자랑하는 편지를 러시아측에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장은 국방부가 도입품목 6개를 결정하기 앞서서 5개 품목의 러시아 업체와 중개권을 계약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메티스-M은 파괴력이 뛰어나지만 사거리가 1,5km로 짧고, 유선 유도방식인 2세대 미사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산 연습탄은 유도계통 불량으로 10발 가운데 6발만 명중하는 등 2011년에 문제가 제기됐다.

내년부터 메티스-M을 대체하는 현궁은 2.5km 떨어진 거리에서 900mm 두께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3세대 미사일로, 지난해 개발이 끝났으나 국방연구원의 타당성 조사에서 문제가 제기돼 다시 절차를 밟고 있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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