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아 지음 / 후마니타스 / 1만3000원

올 3월 대통령은 말했다. "대한민국이 텅텅 빌 정도로 청년들을 중동으로 보내자"고. 과연 정부는 해외로 나가 일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실상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청년들은 타지에서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 법에 정해진 노동시간 동안에만 일을 해도 먹고 살 수 있을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 했을 때, 해당 국가의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까.

저자 정진아씨는 '스물다섯 청춘의 위킹홀리데이 분투기'에서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적어 놓았다. 대답부터 하자면, '없다'다.

저자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호주에서 생활한 10개월을 '생생하게' 그렸다. 이 책에는 '영어를 배우고 일을 하며 여행까지 즐기는' 워킹홀리데이 생활 대신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다리가 퉁퉁 붓고 비싼 호주 물가를 이겨내고자 숙소 수준을 낮추고 최저 생계비로 생활하는 '워킹'의 생활이 녹아 있다.

그는 한국에서 들고 간 300만원으로 10개월의 '워킹' 생활을 해 내기 위해 중국음식점, 주스 가게, 일본음식점에서 일했다. 어떤 곳은 밥을 주지만 양 파를 손질하다 손이 베일 것 같아 오래 일하지 못 하고, 또 어떤 곳은 하루 종일 김밥을 마는 데도 밥을 먹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도시 생활은 그나마 나을지도 모른다. 호주의 농장 생활은 고달픔의 연속이다. 허리를 숙이고 발목 높이에 달려 있는 딸기를 따고 뙤약볕 아래 토마토를 딴다. 그야말로 '이주 노동자'의 삶이다.

그는 대부분 최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했다.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수습 기간에는 5달러를 받았다. 그가 지켜본 이들 중 농장 일을 하는 상당수는 농장과 연계된 숙소에서 묵으며 숙소에서 운영하는 승합차로 통근을 했고 비싼 숙박비와 교통비를 지불했다. 차가 없는 이들은 숙박비가 비싸도 쉽사리 해당 농장을 떠나지 못 했다.

무엇보다도 호주의 물가는 비싸고 애초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온 이들은 처음부터 돈이 별로 없었다. 이들은 대부분 어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한 후, 10개월을 일해 돈을 모아 일주일의 호주 여행을 즐기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1차례의 호주 여행을 위해 예상보다 가혹한 노동을 감수하는 셈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이들의 신분이 호주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은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며 운이 좋으면 영어를 사용하는 직업도 가질 수 있는 신분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국인 주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현지인은 원하지 않는 육체노동에 시달린다. 임금을 받지 못 해도, 임금 2주치의 보증금을 받지 못 해도 하소연을 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근로계약서 없이 고용되고 1개월도 길다 싶을 만큼 잦은 교체가 이뤄진다. 간단한 생활 영어는 늘 수도 있겠지만 전문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직업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물론 젊은 날 혼자 고민해 선택하고, 어렵게 일해 온 경험을 통해 그는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울 만큼 성장했다. 그렇지만 그는 최소한 청년들이 '사회 안전망' 안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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