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대 손배소송 패소

특별법 제정도 묵묵부답

일제강점기 원폭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6일 "원폭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외교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원폭피해자 79명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원 2600명을 대표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첫 소송이었다.

성락구(72)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은 "사법적 충돌"이라며 반발했다. 성 회장은 "헌법재판소는 원폭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부작위 결론을 냈는데, 법원은 정부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서로 다른 판단을 했다"고 지적했다.

원폭피해자들의 평균 나이는 82.5세다. 71세부터 90세까지 2600명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성 회장은 '막내'에 속한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생각하면 '막내'가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살아있는 원폭피해자들은 앞으로 10년이면 운명을 달리 할 것이다. 죽기 전에 한을 풀어주기 위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원폭피해자 특별법 제정도 절실하다."

성 회장은 6월 한 달 간 국회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원폭피해자법 제정 약속을 국회가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19대 국회에서도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17대와 18대에 이어 10년간 법안만 만지작거린 셈이 된다.

일본에 원폭이 투하된 1945년, 성 회장은 2살배기였다. 공습경보가 울린 날 투하 지점에서 2km거리에 있던 성 회장 가족은 방공호로 몸을 숨겼다. 할머니는 원폭으로 사망했다. 살아남은 할아버지, 부모와 함께 귀국했다.

원폭의 기억은 없지만, 이후 성 회장은 피부질환을 앓았다. 병원에서는 원폭피해 때문이라고 진단하지는 않았다. 원폭피해자 대부분은 방사능 노출이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아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원폭피해자들에게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원폭피해자 지원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외교적 수사에 갇혀 우리 국민을 돌보지 않고 있다."

올해 성 회장은 원폭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바쁘게 오가야 한다. 해방 70년은 맞아 양국의 행사가 다양하게 준비돼있다. 가장 큰 관심은 일본 법원에서 항소심까지 이긴 원폭피해 치료비 불평등 소송 확정판결을 받는 일이다. 오사카 법원은 해외에 거주하는 원폭피해자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판결한바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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