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임원·국정원·군장성 등 자문·상담역 고용

대주주 산업은행, 국회·감사원서 지적받고도 방치

최대 채권은행 수출입은행 출신 2명도 자문역

부실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자문·상담역 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은 대표이사 등 퇴직임원은 물론 국정원·군장성 출신 등 회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인사들을 자문·상담역으로 위촉해 연간 최대 2억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해 왔다. 대주주 산업은행은 감사원 등에서 이러한 사실을 지적받고도 별다른 손을 쓰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서울 동대문을)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대우조선해양 및 자회사에 고문·자문·상담역 등으로 취업한 사람은 총 60명이다. 이들은 연간 약 2000만원부터 2억원대의 연봉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자문 실적은 없었다.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사람은 남상태 전 사장이다. 남 전 사장은 2012년 3월 말부터 2년간 상담역으로 급여 5억1000여만원을 받았고, 사무실 임대료와 법인 차량(에쿠스) 운용비를 따로 제공받았다. 바로 직전 사장이었던 고재호 전 사장 역시 올해 5월 고문으로 위촉됐지만 부실은폐 의혹이 불거지자 8월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3개월간 고문역으로서 받은 급여는 4300만원이다.

산업은행 출신으로 대우조선 임원을 역임했던 인사들도 역시 비슷한 예우를 받았다.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김유훈 전 부사장은 2012년 3월 말부터 1년간 자문역으로서 1억5000여만원의 급여와 빌딩 사무실 임대료 7800만원, 법인 차량(제네시스) 운용비 1800만원을 받았다. 산업은행 출신 김갑중 전 CFO는 지난 4월 자문역에 위촉됐지만 고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부실 사태에 휘말려 8월말 거취를 정리했다. 4개월간 받은 돈은 5100만원이다.

그 외 이윤우 전 산업은행 부총재가 대우조선의 자회사인 FLC 고문으로 1년간 1억4000만원의 급여와 3100만원의 법인차량 운용비를 받았고, 허종욱 전 산업은행 이사 역시 1년간 대우조선 상담역으로 5천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대우조선 자문·상담역 중 눈에 띄는 것은 국가정보원, 해군 출신 인사들도 위촉돼 있다는 점이다.

해군 출신 이 전 준장, 윤 전 준장은 2012년 6월~2015년 6월까지 고문역으로 위촉돼 연간 1억3000만원의 연봉과 1000만원의 법인차량 운용비를 받았다. 현재도 김 전 해군 중장이 고문역으로서 약 2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국정원 출신 이 전 고문과 김 전 고문은 각각 2년간 1억3000만~1억8000만원의 연봉을 대우조선에서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의 최대 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 출신 2명도 자문역 명단에 포함돼 있다.

대우조선의 고문·자문역 제도는 기존에도 방만운영으로 국회 등의 지적을 받아왔던 사안이다. 2012년 국정감사 때도 도마 위에 올랐지만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민병두 의원은 "산업은행이 감사원에서 유사한 지적을 받았음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없는 자문 고용을 방치했다"면서 "산업은행의 감독 의무 태만과 유착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비례)은 산업은행 임직원의 주식거래 제한이 거의 없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가 전체 임직원의 주식거래를 관리·제한하지만 산업은행은 M&A실 등 일부 직원에 한해서만 본인계좌 거래 의무, 분기별 신고 의무 등 법이 정한 수준의 제한과 관리만을 하고 있고 그 외 임직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없이 주식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다수에 여신지원과 구조조정 업무를 하고 있어 기업 담당 직원들의 정보가 빠르고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에 비해 주식거래를 제한하는 인적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관리도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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