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자본주의 살릴 유일한 대안"

최첨단 자본주의를 자랑하는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들이 사회주의 성향의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 교수와 제임스 갈브레이스 텍사스대 교수,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 소장 등 170명의 경제학자들은 19일(현지시간) "우리 경제학자들은 버니 샌더스 후보의 월가해체 공약이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들이 불러올 또 다른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초대형 은행들은 해체돼야 하며 21세기형 글래스-스티벌 법안을 새로 도입해 일반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야 한다는 샌더스 후보의 주장은 옳다"고 입을 모았다.

1933년 은행개혁과 투기규제를 목적으로 제정된 글래스-스티걸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토록 한 강력한 법이었지만 월가의 집요한 로비로 결국 1999년 폐지된 바 있다.

이들은 "현재 월가의 초대형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몸집을 불렸고 무모할 정도로 위험을 즐기면서도 모든 인센티브를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 은행은 2008년 위기를 촉발했지만 그 어떤 CEO도 처벌받지 않았으며 은행에 부과된 벌금은 그들이 벌어들인 이익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나아가 은행과 로비업자들은 금융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 법안을 물타기해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도드-프랭크법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마련한 금융개혁법안이지만 세부내용을 정하는 과정에서 월가와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개입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법이다.

경제학자들은 반면 월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파생상품 등 그림자금융에 새로운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힐러리 클린턴 경선후보의 온건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클린턴 후보의 월가개혁안은 막대한 파생상품 폭탄을 갖고 노는 대마불사은행들을 그대로 방치하려는 계획"이라며 "그 방안으로는 월가 은행들이 미국 경제와 일반인들에게 가하는 심각한 위협을 줄일 수 없으며 월가의 규모와 정치적 힘을 고려할 때 월가의 위협을 물타기하는 데 불과한 계획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들은 "월가를 제압하는 유일한 방법은 과감하고 공개적인 개혁이어야 한다"며 "대마불사은행들을 해체하고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재도입하기 위해 우리 경제학자들은 샌더스 후보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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