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친박 일부 행패에 한국당 지도부 속앓이

인명진 "용팔이 생각나"… 상주 무공천 번복 사과

일부 극렬친박 세력이 일각의 '탄핵불복' 여론을 업고 자유한국당 지도부에 도 넘은 언행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박은 물론 친박, 탄핵 반대세력까지 설득해 대선을 치러야 할 지도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후보자 비전대회의 인명진 야유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 후보 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한 후보 지지자가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인사말에 X 표를 하며 야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한국당은 22일 오전 11시 부산 벡스코에서 부산·울산·경남 '비전대회'를 열고 2차경선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에는 영남권 방송3사 토론회를 연다.

당초 계획된 오후 일정은 대구지역 비전대회였다. 그러나 TV토론 시청률이 좋아 후보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로 변경했다는 게 김광림 선거관리위원장의 설명이다. 한국당은 이후에도 지역에서 비전대회를 여는 대신 24·26·28일 TV토론회를 열고 31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후보를 선출키로 했다.

현장 일정보다 방송 일정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일부 극렬친박 세력들의 지나친 행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지도부 안팎의 시각이다.

그동안 한국당 지도부는 탄핵정국 속에서 '기각'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태극기' 세력으로부터 비난과 사퇴요구를 받아왔다. 한 대선주자가 연 탄핵 토론회 참석했던 지도부 관계자는 "태극기 인사들이 인명진 위원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며 "그래도 당이 안고 가야 할 민심"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17일 당내경선 비전대회에서 벌어진 일은 현장행사를 이어가기 힘든 수준이었다는 후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일부 극렬친박 인사들이 행사장에 입장한 인 위원장과 악수를 하는 척 하며 오물을 쥐어주는가 하면 그에게 신체를 훼손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이후에도 촬영 카메라를 플래카드와 깃발로 가리는가 하면 지도부 발언 순서가 되면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박 전 대통령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 후보들에게도 같은 행동을 했다.

지도부는 "지난 일"이라면서도 속앓이 중이다. 자칫 자신들이 설득해 품고 가려는 탄핵불복 여론을 적으로 돌리게 될 경우 대선이 더 힘들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태극기 전체의 행동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며 "극소수가 인 위원장에게 불만 품은 강성친박계의 사주로 저지른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17일 사건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친박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인 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사건에 대해 "내가 목석이냐. 기분이 나빴다"며 "제가 어렸을 때 '용팔이 사건(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당초 무공천이었던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이 공천지역으로 번복된 데 대해서도 사과하며 "거론되는 후보자 중 한 분은 솔직히 말해 이번 탄핵 정국에 책임 있는 분"이라며 "공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에 대해서는 "300만 당원의 일거수일투족을 우리가 논평해야 하느냐"며 거리를 뒀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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