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전후 이념성향 비교

"촛불 이념적이지 않아"

보수진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푸념했다. 진보층이 급증하고 보수층이 위축되면서 이념적 불균형이 생겼다고 본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을까.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2012년 대선 직후 조사한 자료(2012년 12월 27일∼28일, 한국리서치)와 이번 5.9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조사(18∼21일 조사, 한국리서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를 비교한 결과, 자신을 진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2년 31.1%, 2017년 31.3%였다. 거의 그대로인 셈이다.

반면 보수응답은 2012년 31.7%에서 24.5%로 7.2%p 줄었다. 대신 중도응답은 30.5%(2012년)에서 37.6%(2017년)로 7.1%p 늘었다.

결과적으로 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대한민국 이념지형은 보수층이 줄고 그만큼 중도층이 늘어난 것이다. 진보층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보수진영의 '기울어진 운동장' 푸념은 잘못된 얘기인 것이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촛불집회가 진보-보수의 이념적 성격의 행동이 아니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대한민국 이념지형이 바뀌었다고 보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촛불집회에 진보성향 시민이 많이 참석한 것은 맞지만 집회 자체의 성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정상적 통치에 대한 분노의 표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분석이다. 이 상임연구위원은 "촛불민심을 과대해석해서 적폐청산을 우선시하는 등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는 상황을 국민은 원치않는다는 점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