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범죄 중 55%가 '규제범죄' … 규제위반을 마구 범죄화해버리는 입법이 원인

남에게 피해를 끼쳤을 때 부과하는 제재의 방식은 실로 다양하다. 민사적 구제수단(금지명령 및 손해배상 등), 금전적·비금전적 행정제재, 및 형사처벌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한국은 유난히 형사처벌을 선호하는 국가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각종 경제·사회 행정규제를 위반했을 때 부과되는 매우 다양한 제재수단들 중 징역·벌금 등 형벌의 비중은 무려 44%에 이른다.

형벌이 제재수단으로 사용되는 순간, 해당 규제 위반행위는 곧 '범죄'가 된다. 살인, 강도, 강간, 사기 등 형법에 규정된 전통적 의미에서의 '일반범죄'에 대비해 이러한 범죄를 '규제범죄(또는 행정범죄)'라고 부른다. 2000년 이후 14년간 규제범죄는 총 범죄발생건수(2000년대 후반 연간 약 200만 건)의 평균 55% 정도를 차지하여 한국에서 그 비중이 막대하다.

과태료 대상에 형벌부과해 과잉처벌

규제범죄의 비중이 커지게 된 근본원인은 규제위반을 '범죄화' 해버리는 입법을 끊임없이 해왔기 때문이다. 2015년 초 수행했던 조사에 의하면, 규제위반을 범죄로 규정하고 그에 대하여 형벌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법률의 숫자가 한국에서 약 700여개에 달했다. 형법, 민법, 상법과 같은 기본법들과 정부3부의 조직과 운용에 관한 각종 법률 130개는 표본에서 제외하고 헤아린 수치이다. 이 수치는 현재에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일말의 의심이 없다. 700개의 법률에서 징역·벌금형을 규정한 벌칙조항의 숫자를 일일이 확인한 결과 무려 5000개를 초과했다.

따라서 이들 벌칙조항이 적용되는 규제위반조항(즉, 범죄화조항)의 숫자는 훨씬 클 것이다. 1개의 벌칙조항당 2개의 범죄화조항만 있더라도 1만 개가 넘게 된다. 더군다나 이는 법률상 조항의 숫자이다. 하나의 포괄적인 법률상 범죄화조항에 딸린 하부 법령상의 범죄화조항이 5개씩만 존재해도 5만개 이상 범죄의 종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로 무시무시한 숫자이다. 형벌공화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사실을 입법자들은 과연 짐작이라도 하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이 벌칙조항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가령 과태료, 과징금 또는 행정명령을 사용해도 무방할 규제위반들에 형벌을 과다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설사 범죄화를 시킨다 하더라도 오로지 금전적 유인에서 비롯된 여러 규제위반에 대해서는 엄중한 금전벌의 실효성이 더 큰데도 불구하고 징역형을 너무 쉽게 오용하고 있었다. 특히 징역형 상한 '1년 이하'부터 '7년 이하' 구간에서는 환형(換刑)의 측면에서 볼 때, 국회사무처의 법률안표준화기준 및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사항보다 벌금형에 비하여 법정 징역형이 과도하게 높았다.

과잉규제→과잉범죄화→전과자 양산

그 결과 우리는 매우 부끄러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벌금 이상의 형벌을 1회 이상 받은 전과자 수가 2000년대에는 무려 1.5배나 증가하여 2010년 약 1100만명에 근접했다는 기록이다. 최대한의 숙고를 통해 검토한 결과, 2000년대 한국의 전과자수 증가율은 OECD 회원국들 중 최상위권에 포함되었다. 전과자수 1100만명은 곧 인구대비 비중이 약 22%라는 점을 의미한다. 15세 이상 인구대비로는 약 26.5%로서,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한 번 이상의 전과기록자'이다.

그런데 법원과 검찰청의 다른 자료들로써 분석해보면, 매년 증가하는 전과자수의 대략 70% 정도가 전술한 규제범죄자로 채워지고 있었다. 검찰도 규제범죄를 우선적으로 기소하고, 법원 역시 밀려오는 규제범죄 피의자들에게 유죄판결을 많이 내린 결과이다.

한국은 여전히 규제천국이어서 수많은 규제들의 철폐를 새 정부에게 앞서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과잉규제' 현상에 더하여 한국은 규제위반에 대한 '과잉범죄화(over-criminalization)'의 길로 치달아왔다고 선언해도 큰 무리가 없다. 즉, '과잉규제→과잉범죄화→전과자 양산'의 길을 걸어 온 것이다.

이 악순환을 시정하지 않으면 이미 비좁은 전국 교도소들에는 조만간 범죄자들로 더욱 빽빽하게 넘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교정당국은 조기출옥을 점차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분별한 조기출옥은 재범확률을 높인다는 연구는 세계 각국에서 이미 검증된 명제이다. 종국적으로는 그래도 교도소공간의 체증을 해결하지 못해 급기야 교도소 운영의 민영화를 놓고 벌이는 극렬한 찬반주장들도 언론에 등장할 것이다. 이 악순환을 대한민국은 제발 걷지 않기를 바란다.

과잉범죄화가 국가질서유지 약화

그나마 교도소 부족 문제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폐해이다. 과잉범죄화의 정작 심각한 폐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선진국들에서 경계의 대상이었으며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먼저 국민 일반이 느끼는 불안감, 억울함, 좌절감이 팽배해진다. 하시라도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잉범죄화 사회에서는 권력층과 법집행자의 재량·갑질·부정부패가 증가한다거나, 법집행자원과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된다고 지적한 학술연구들도 많다. 결국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과잉범죄화는 이 나라의 법조비리 고질병이 근래 더욱 창궐토록 만든 온상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또한 규제기관의 고급관료가 퇴임 후 자신이 규제하던 기업의 고위직에 취업하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이를 학계에서는 '천국으로부터의 하강'(또는 '아마쿠다리')이라 부르는데, 그 중 상당수는 재직때 베풀어준 배려(?) 또는 향후 현직 후배관료들에게 행사해줄 불법영향력에 대한 교묘히 '포장된 뇌물'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기억하자. 과잉범죄화는 이 기발한 부패메카니즘이 대한민국에서 공고히 자리잡는데도 크게 기여했다는 심증을 필자는 강하게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제대로 작동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걱정되는 과잉범죄화의 폐해는 '국가질서유지 기능의 쇠퇴 효과'일 것이다. 너도 나도 모두 전과자라면, 국가질서를 바로잡는데 매우 중요한 인프라로서 기능하는 형벌제도가 갖는 적정 억지력이 희석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전과기록은 그냥 재수 없어 늘어난 속칭 '별의 숫자' 정도로 간주될 지도 모른다.

탈범죄화 정책은 경제와 직결

새 정부는 제재수단을 합리적으로 재선별함으로써 과잉범죄화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 신설되는 형벌조항을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심사해야 하고 기존의 형벌조항들도 전문가들에 의해 완화하거나 필요한 경우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받아 마땅한 사람들만 형벌을 통해 준엄하게 응징하자는 의미이다. 또한 법정형 벌금 수준만으로는 재범 억지가 되지 않거나 격리의 필요성이 현저한 경우에 우선적으로 교도소에 수감하자는 뜻이다.

탈범죄화 정책은 언뜻 사회·인권적 차원의 이슈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종국적으로는 경제와도 다분히 직결된 사안이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저항이 있을 것이다. 형벌공화국에서 득을 보는 그룹은 매우 조직적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국민 30%가 전과자인 국가로 곧 전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집권 초기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아울러, 선별된 규제 그리고 합리적인 제재의 방식과 수준이 정해지면 법집행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의 공정성은 간단히 말해 '제재대상에 좌고우면하지 않는 무차별적 집행'을 의미한다. 집행에서의 무차별성은 말보다는 실천하기 힘들다.

과거를 반추해볼 때 권력자들에게는 늘 유혹이 따랐다. 말이 안되는 논리로 특혜성 관용을 베풀곤 했었다. 마땅히 고액의 벌금을 내야 할 피고인에게 징역형은 집행유예해 주고 황제노역으로 벌금체납을 메꿔 주는 것 또한 차별적 집행의 극단이다. 법집행의 차별성은 사면권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상식과 공정을 외쳐 온 새 정부인만큼 이번에는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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