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제방안 국회토론회

"자문기구 역할 넘어서야"

경찰권 통제를 위해 경찰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경찰권이 바람직한 통제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경찰권의 바람직한 통제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주요 방안으로 제시했다. 신동화 기자


박노섭 한림대 국제학부 교수는 경찰위원회 운영실적을 제시하면서 한계점을 지적했다. 경찰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운영실적을 보면 1991년 출범 이후부터 2015년까지 총 379차례 회의가 열렸고, 2659건의 안건이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나 건의를 뺀 의결안건은 1742건이었는데, 이 중 80%에 달하는 1386건이 원안의결이었다. 수정의결이 252건이었고, 부결은 3건에 불과했다.

박 교수는 "경찰청장이 부의하는 안건에 대해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안대로 의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부의한 사안의 94% 이상이 거의 원안 혹은 수정으로 가결되고 있어 경찰위원회의 기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특히 부결의 경우 2004년, 2006년, 2007년 각 1건씩 25년 동안 단 3건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경찰위원회가 독립적인 지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경찰위원회가 경찰법의 목적인 민주성 확보나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설치됐음에도 법률적 지위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에 불완전하다"며 "무엇보다 경찰위원회를 관할 업무와 관련된 정부조직으로부터 독립을 보장하는 법률을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경찰위원회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책 결정권 확보, 감찰권 부여 등을 제시했다.

그는 "경찰위원회가 법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집행권을 행사하는 경찰청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은 경찰위원회의 설치 이후 최근까지 운영 실태를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며 "경찰위원회가 자문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통제 및 관리기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심의·의결권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찰권과 관련해 "경찰 구성원의 부정부패 예방과 척결 그리고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민원 및 불만을 해결하는 기능을 경찰위원회가 함께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교훈 경찰청 경찰개혁TF 단장(경무관)도 경찰위원회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진 단장은 "경찰법에선 경찰위원회가 주요 치안정책을 심의·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행정자치부는 경찰위원회가 독자적인 사무가 없고 별도의 사무국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자문위원회로 해석하고 있다"며 "이런 해석에 따르면 경찰행정에 대한 독자적인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경찰청이 위원회의 결정에 반드시 기속되는지에 대해서도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위원회의 현행 운영 실태를 보면 법령의 심의·의결에 집중돼 있는 경향을 보인다"며 실제 치안행정 전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위원회의 개선을 위해 진 단장은 △행정위원회로의 법적 지위 격상 △심의·의결 대상 범위 확대 및 법적 구속력 명문화 △경찰청에 대한 실질적 통제수단 마련 등을 제안했다.

그는 "경찰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행정위원회로 법적 성격이 변화돼야 경찰행정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고, 경찰의 자의적인 법집행을 통제할 수 있다"며 "경찰법에 심의·의결 대상 범위를 상세히 규정해 법령 외 주요 정책이나 업무계획에 대해서도 심의·의결을 활성화하고, 법적 구속력 조항을 신설해 민주적 통제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진 단장은 "경찰위원회의 경우 회의 전 사전에 대부분 조율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회의에서는 원안 가결의 비율이 높다"며 경찰위원회의 운영실적에 관한 통계 수치를 해석하는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표창원 의원은 "경찰청장의 독주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치안정책을 제대로 감독하기 위해서는 경찰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며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종합해 반드시 입법안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신동화 기자 eas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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