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앞으로는 내부 직원들의 단합이 더 중요합니다."

지난달 29일 한진중공업 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종합기술 주식 매매계약을 최종 체결한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장의 말이다.

12일 오후 한국종합기술에서 만난 김영수(사진) 우리사주조합장은 "한진중공업홀딩스가 자회사인 한국종합기술 지분매각에 나선 후 종업원들이 직접 인수해 회사와 직원들을 지키자는 생각에서 우리사주조합 인수를 준비해 왔다"며 "그동안 여러 고비를 넘기며 최종 본계약 체결까지 왔는데 앞으로 회사 경영방향과 비전을 수립하는 일 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조합장은 현재 노조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회사를 인수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지난해 1월 한진중공업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지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가 자회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우리 회사에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건설업 경기가 좋지 않으면서 동종업계 많은 기업들이 법정관리, 인수합병에 시달렸고 매각된 회사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지켜보면서 위기의식이 커졌다.

그러다 올해 3월 한국종합기술을 매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과연 좋은 기업이 회사를 인수할 수 있을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회사와 직원 둘 다 살리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사주조합이 앞장서 종업원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직원들 동의를 얻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

동종 업계인 삼안, 서영엔지니어링 등은 매각 과정에서 임직원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매각 후에는 경영부실과 인력구조조정, 노사관계 악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지켜본 임직원들은 타 기업으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종업원들이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회사경영은 더 어려워 지면서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졌다.

이에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직접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이 일자리를 지키고 회사도 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임직원 900여명이 지분인수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지난 8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된 이후가 더 힘들었다. 주가하락이 이어지고 실제 대출신청을 받기 시작하면서 현실적인 고민을 한 직원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인수대금 규모가 적정하냐, 이후 경영은 과연 잘 할 수 있냐 등의 여러가지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에 따라 지분인수 참여의사를 밝힌 직원들은 700여명으로 떨어졌지만 다시 설명회를 개최하고 확인 및 동의서 제출을 호소하면서 참여인원은 현재 83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한진중공업을 통한 매출이 끊어지면서 경영악화를 우려하던데

한진중공업 때문에 매출이 이어졌다는 시장의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 한진중공업 자회사로 있으면서 오히려 원천적인 통제가 있었다. 일례로 시공과 감리는 한 회사가 동시에 할 수 없도록 제한돼 있는데 만약 한진중공업이 시공을 하는 사업이 있으면 우리 회사가 감리를 할 수 없다. 또 우리가 감리를 먼저 수주해도 나중에 한진중공업이 시공을 하게 되면 감리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도 있어 더 마이너스였던 상황도 있다.

한국종합기술은 정부 부처에서 발주하는 공사와 연관된 설계 감리 등 기술용역을 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다. 설계와 감리로 입찰을 통해 평가를 받고 공공발주가 거의 대부분이라 직원들의 전문적인 역량이 중요하다. 직원 역량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

■향후 계획은

먼저 인수및경영을 위한 TF팀을 꾸려 부족한 인수대금 마련방법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이를 도울 인수자문사를 선정할 방침이다. 또 향후 경영방향,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TF팀에서는 전문경영인 영입 등 대표이사와 이사진 구성, 향후 경영계획 등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여기서 도출된 안은 우리사주조합원들 동의 절차를 거쳐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내부 임직원들의 단합이다. 모두가 처음 해보는 종업원지주제도를 진행하며 각자 다양한 요구사항과 우려가 나오고 의견충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충분한 논의를 통해 풀어나갈 것이다. 회사의 매출, 이익 향상과 투명한 경영, 이익 배분 과정을 통해 회사와 개인 모두가 잘 사는 상생의 길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종업원지주회사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힘을 모으고 기업의 발전과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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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한남진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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