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최근 6년 분석

법무법인 100% 취업가능

"심사기준 대폭 강화해야"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으로 근무하다 사표를 낸 한 공직자는 한달 뒤 정책금융기관인 한국산업은행(기재부 92%, 국토교통부 8% 지분) 상근감사가 됐다. 업무연관성이 있으면 취업을 못하기 때문에 취업제한심사를 받았지만 심사결과 '가능' 결정을 받았다. 금융위원회 감사관실에 근무하다 퇴직한 공무원은 얼마 뒤 금융위 소관 피감기관인 한국금융투자협회 간부로 가게 되면서 취업제한심사를 받았는데 취업에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받았다.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국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금감원 직원은 모 저축은행의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저축은행검사국은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와 조치,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퇴직 직원이 취업한 저축은행과의 업무연관성이 높다. 하지만 취업제한심사에서는 '취업 가능' 결정이 내려졌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18일 밝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퇴직공직자 취업실태 보고서'에서 퇴직자가 현직에 있을 때 맡은 업무와 이후 취업한 곳의 업무연관성이 높다고 지적한 사례들이다.

보고서는 2011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6년간 3개 기관의 퇴직공직자 중 금융기관이나 금융관련기관에 취업하기 위해 48명이 취업제한심사를 받았고 이중에서 90%에 해당하는 43명이 취업 가능 결정을 받아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대표적인 공직부패 중 하나는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을 목적으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성 정책을 추진하거나 퇴직 후 민간 기업에 취업해 현직 공직자의 집무수행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퇴직 공직자의 취업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년간 취업제한심사를 받은 3개 기관의 퇴직공직자는 79명이며 이중 74명(94%)이 '취업 가능' 결정을 받았다.

취업가능 결정을 받은 퇴직공직자 수는 2014년 6월 이후에 크게 늘어 그 이전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를 신청한 퇴직자는 2014년 이후 한해 20여명 안팎이지만 그 이 전에는 7~8명 수준에 그쳤다. 2015년 공직자윤리법이 퇴직공직자의 취업기간을 1년 늘려서 퇴직일로부터 3년으로 개정하면서 심사대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참여연대는 추정하고 있다.

기재부는 6년간 14명의 퇴직공직자가 취업제한심사를 받았지만 모두 통과했고 금융위는 1명, 금감원은 4명이 취업제한 결정을 받았다.

금융기관 취업은 심사를 신청한 35명 중 5명이 취업제한 결정을 받아 100% 가능하다고 판단한 금융관련기관보다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심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금융권 기관 중에도 핀테크 사업을 하는 IT업체나 금융관련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법인 등에 대해서는 업무관련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100% 취업가능 결정이 나왔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금융당국의 퇴직 관료들이 재취업을 위한 징검다리로 로펌행을 택하고 있으며 금융회사들의 각종 규제 완화와 관련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비금융권 기관에 취업한 경우도 업무관련성이 의심되는 경우가 6명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출신 2명은 국내 5대 로펌에 각각 취업했다. 과장 출신 퇴직자는 금융전문위원으로, 1급 출신 인사는 상임고문을 맡았다. 금감원 국장 출신 1명도 대형 로펌에 취업했다. 참여연대는 "(대형 로펌들이) 금융규제 관련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기관 인수합병, 검사·제재에 대한 대응 등 관련된 자문을 제공하고 있어 업무관련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퇴직한 직원들이 로펌에 대거 포진해 있고 로펌이 금융당국 관련 사건을 수임하면 이들로부터 연락이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6월 송영무 국방부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법조인이 아닌 퇴직공직자도 퇴직 전 기관과의 법률분쟁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는 등 보다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공무원이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데도 강원랜드 간부로 옮긴 것과 관련해서 "강원랜드는 문화체육관광비서관실의 업무에 대한 직접 이해당사자이므로 업무관련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공직에 있을 당시의 직무와 취업예정기관의 사업 연관성 평가가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업무관련성 심사를 해당 부서가 아니라 기관의 업무까지 넓혀서 심사하는 대상자를 현행 2급 이상 공직자에서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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