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임명 후 소장 선정 '2단계 해법'

임기제도화·국회인준 가능성 등 고려

청와대가 공석인 헌법재판관 자리를 채워 '9인 체제'를 정비하며 정치 쟁점화 한 헌재논란 수습에 나섰다. 헌법재판관 공백 문제를 해소한 후 소장 임기문제를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단계적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불필요한 논란의 확대를 막고 헌재소장 임기, 지명자의 인준 가능성 등 국회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소장 지명을 하겠다는 뜻도 엿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공석인 6년 임기의 헌법재판관 한 자리에 유남석(60·사법연수원 13기) 광주고등법원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 후보자 지명사실을 전하며 "법관으로 재직하며 헌재 헌법연구관, 수석부장연구관으로 헌재에 4년간 파견 근무해 헌법재판에 정통하고 대법원 산하 헌법연구회 회장을 지내며 헌법이론 연구에도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대법관 후보추천위의 대법관 후보, 대한변협의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으로 발탁되는 등 실력파 법관이자 이론과 경험이 풍부해 헌법 수호와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관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자료 준비 등을 거쳐 유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다음 주중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에 공 넘기고 '대행체제' 비판 피하기 = 청와대는 이유정 전 헌재재판관 후보자 자진 사퇴 후 얼마지 않아 '새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완료하고 인선시기를 보고 있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유 후보자에 대한 낙점을 일찍 끝내고, 논란이 된 헌재소장 지명과 관련한 추이를 살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청와대는 그간 헌재 소장 임기의 제도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회의 입법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의 유남석 후보자 지명 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유 재판관을 포함해 9인의 헌재 완전체를 이루면 9명의 재판관 중 소장 후보를 머지않아 지명할 계획"이라며 "유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임명돼 재판관 지위를 얻은 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관은 국회 임명동의는 아니어도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돼 있다. 청와대의 인사청문 요청이 있은 후 최장 30일(재송부 10일 포함)안에 국회의 청문 보고서를 송부하도록 돼 있다. 그 이후 재판관 가운데 소장을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에 공을 넘기고 재판관과 소장의 문제를 분리해 '대행체제 고집'으로 비친 논란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소장 지명자 국회인준 가능성도 검토 = 재판관 선임이 완료된다고 해도 당초 갈등의 시작이 된 헌재 소장 지명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 입장에선 '소장 임기 제도화'라는 기존의 지명 조건을 그냥 회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의 몫으로 남겨두고 '국회 입법이 헌재소장 지명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힌 바 없다'고 항변하지만 이 문제를 소장 임명과 결부시켜 온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입법미비가 해결되지 않아도 헌재소장 지명 절차를 밟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국회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면서 "저희는 계획대로, 절차대로 하는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소장 임기와 관련한 입법화는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이견이 크다. 청와대가 야당 탓만 하며 소장 지명을 미룰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소장 임명이 지연되면 대행체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헌재소장 지명을 미루는 것을 두고 국회 인준 가능성에 대한 검토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김이수 전 후보자의 인준 실패가 개인의 적격성 문제라기보다 야당의 정치적 선택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제도의 불완전성에도 불구, 새 정부 첫 헌재소장 선정 요구를 야당이 거부했다"면서 인준 가능성 여부도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실제 야당은 18일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해 청와대가 헌법재판소장의 공백 속에 헌법재판관 후보자만 지명한 것을 비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