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차관·6자수석 연쇄 회동 … 트럼프 순방 앞두고 북핵 등 조율

북한의 계속된 위협과 미국의 고강도 맞대응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3국 고위당국자들이 잇따라 회동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방안과 내달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한 대북정책 조율 등이 주요 관심사다.

한반도 주변 상황이 워낙 엄중한 만큼 3국 고위당국자들의 회동도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이례적이었다. 18일 하루 동안 서울에서는 3국 외교차관협의회와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그리고 한미, 한일 양자협의가 잇따라 열렸다. 이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핵심주제는 물론 북한이다.

한미일 차관협의에서 3국 차관들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긴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밝혔다. 임 차관은 존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제7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임 차관은 "북핵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가운데 지역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올림픽, 보건·안보, 여성 등 글로벌 이슈에서의 3국간 협력방안도 모색했다"면서 "평화적 방식에 의한 완전한 북핵폐기라는 목표를 확인하며 3국간 긴밀한 공조하에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지금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화에 관심을 안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국제사회가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는 점도 명확히 밝혔다"면서도 "외교적인 방법이 우리의 최우선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미국) 행정부는 외교에 집중할 것이고, 그리고 압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기야마 차관은 "북한 문제를 비롯한 일본과 한국, 미국 간에 긴밀한 협조가 지금까지 이상으로 중요하며, 또한 앞으로 그 협조를 더욱 더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저희들은 완전히 의견을 같이 했다"고 소개했다.

3국 외교차관협의회는 지난 1월 초 워싱턴에서 열린 이후 9개월 만이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 열렸다.

임 차관은 "한미일 3국은 아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장기적인 차원에서도 역내 다자협력의 발전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3국이 2018년 평창(동계), 2020년 동경(하계), 2028년 로스앤젤레스(하계) 올림픽 개최 예정국이라는 점에 착안해 올림픽 관련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갈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또 설리번 부장관은 "항행의 자유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논의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차관협의와 별개로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도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다.

우리측 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심각한 상황에 이번 회의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하다"며 "한반도에서 펼쳐지는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 본부장이 언급했듯 우리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공감을 표시한 뒤 "(오늘) 차관급에서 좋은 대화를 했고 향후 있을 고위급 회동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방문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를 방문할 예정으로 향후 한 달간 우리에게 매우 바쁜 일정이 있는데, 오늘 모든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측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도 "북한이 새로운 수준의 위협이 된 상황에 우리가 모인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아시아) 지역을 방문하는데 방문을 준비하는 측면에서도 이번 협의는 매우 적절하다"고 공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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