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정치적 이득 위해 촛불 이용' 75.9% … 1년 전 촛불집회 참가자 생각도 비슷

촛불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세력에게 '탄핵'이란 사망선고를 내렸다. 이후 1년. 촛불을 앞세운 문재인정부는 그나마 여론의 기대를 얻고 있지만,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여전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정치권이 촛불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재인정부와 기성정치권 모두에게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모바일 서베이 전문회사인 서베이몹(KTMM)에 의뢰해 전국 유권자를 상대로 한 조사를 보면 5.9 대선에서 역대 최다표차로 승리한 문재인정부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57.8%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문재인정부는 촛불민심을 내걸고 한국사회 곳곳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여론의 기대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한 기성정치권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냉랭했다. '촛불집회 이후 정치권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이전과 비슷하다'는 답이 49.2%로 가장 많았다. '이전보다 못하다'는 답도 11.9%였다.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답은 38.9%에 머물렀다. 국민은 촛불 이후에도 정치권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전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아졌다'보다 많은 것은 (촛불 이후) 정치변화가 미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촛불집회를 이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동의한다'는 답이 75.9%로 압도적이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24.1%에 그쳤다. 정치인에 대한 강한 불신이 드러난 대목이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1년 전 촛불집회 참가자도 마찬가지였다. 내일신문은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에 의뢰, 지난해 11월 26일 광화문 촛불집회 참가자를 상대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2016년 11월 26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이번에는 당시 조사에 응했던 참가자를 상대로 1년 후 생각의 변화를 물어봤다. 1년 전 조사에서 응답자 73.4%는 '야당들이(민주당, 국민의당) 국민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내일신문 2016년 12월 1,2일 기사 참조>

이번 패널조사에서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촛불집회를 이용하는가'라는 질문에 68.4%가 동의했다. 정치인에 대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불신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교수는 "정치인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촛불집회를 이용한다는 것은 아직도 촛불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촛불집회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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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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