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은 창간 24주년을 맞아 전쟁은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자 란 제목의 대주제 아래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9회에 걸쳐 게재했다.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전쟁을 막고 한반도 대결과 긴장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한국과 미국, 중국의 관련 전문가들을 통해 다양한 견해를 들어 진행되어 온 기획시리즈를 국내 전문가 4인의 좌담회를 통해 마무리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평화협정·남북기본협정 준비를"

조성렬(59) 박사는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전문가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석박사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마쳤다. 문재인 대선캠프에 참여해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을 담은 대북정책 공약을 마련했으며, 현재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성렬 박사가 본지와 인터뷰(10월 10일자)에서 제기한 국면전환의 3대 계기 중에서 첫 번째 계기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북한은 10월 7일에 열린 당중앙위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국가 핵무력 건설 완수, 자력자강을 강조하면서 국면전환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75일간 추가 도발을 멈추었는데, 당사국들이 이 기간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미국은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에 더해 테러지원국 재지정, 대규모 한미공군훈련 실시 등 제재와 군사시위와 같은 압박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조 박사는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실행 가능하고 열려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대화 기회가 왔을 때 미국이 어떻게 대화와 협상의 동력을 살려나갈지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지난 번 인터뷰에서 예외적 조기경로를 통해 평화협정을 조기에 협상 의제로 올려놓는 방법으로 협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지난 9.19공동성명에서 합의했던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한반도포럼을 조기에 개최해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출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폭넓게 규율하기 위한 남북기본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들어 북한은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해 커다란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북한은 냉전시대에는 소련, 중국에 편승해 한미동맹과 세력균형을 이루고자 했고 탈냉전 직후에는 한소,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체제 안전보장책으로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조 박사는 "지금은 북한이 핵무력 보유로 독자적인 세력균형을 취하려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조 박사는 또 "북한이 아무리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고 해도 국제법적인 체제 안전보장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평화협정과 남북기본협정의 추진방안에 대해 착실히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입구로서의 동결, 출구로서의 폐기' 접근법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조 박사는 "'동결'의 의미가 단지 핵프로그램 가동중단을 넘어 폐쇄·봉인과 불능화, 그리고 핵비확산이 이루어지는 단계여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쉽게 핵무기 폐기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동결 단계'에만 협상의 초점을 맞출 경우 자칫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해 준다는 오해와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더라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신성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연구부장] "미·북 대화 조건 없이 시작해야"

신성원(56세) 부장은 1985년에 외무고시(19회)를 통해 외교부에 입부했다. 외교부 북미2과장, 정보상황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2년부터 3년간 청와대에 파견되어 국제안보비서관실, 국가안보보좌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쟁은 남북한과 일본 등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한반도에서 재래식 전쟁도 핵전쟁으로 쉽게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무력충돌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신성원 부장은 "북핵 위기 상황이 매우 엄중하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규모 고위급 군사·외교 분야 지도자들을 북한에 파견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북한은 과거 미소간 대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55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소련 후루시초프 서기장, 1985년 레이건 대통령-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대화를 통해 핵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합의한 것과 유사한 외교적 노력이다.

한미동맹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은 북한 파괴를 확실히 보증할 수 있으며 북한 핵무기 능력과 장사정포 그리고 화학무기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동북아 지역 미군기지에 치명적 손상을 가할 수 있다.

신 부장은 "이러한 '확증 파괴 대 치명적 손상' 간의 거래(합의)가 비대칭적이기는 하지만 '전쟁은 안 된다'는 공통 인식에 대한 합의를 통해 미북 양측이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부장은 또한 "미북간 현격한 입장차를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협상을 개시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대화(talking)는 전쟁의 대 파탄을 회피하기 위한 의사소통의 핵심적 연결고리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점에서 협상(negotiation)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북이 우선 전쟁은 피해야 하며 상호 소통 필요를 인정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긴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 부장은 "대화는 아무런 조건 없이 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 국가라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현실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한에게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미북 수교, 평화 체제 등 한반도 상황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도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신 부장은 "현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상황이 악화될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상황 안정을 위한 조치들이 조속히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린지 그레엄 미 상원의원이 "북한 핵 프로그램과 북한을 파괴할 수 있는 군사옵션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 차원으로 해석되지만 전쟁에 대한 언급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은 동북아시아에 파국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군사옵션은 북한 핵프로그램 진전 속도를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신 부장은 "전쟁 위협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해 결국 한미 양국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이정우 국제통상전략연구원 부원장] "동맹의 딜레마에 갇히면 안돼"

이정우(50세) 부원장은 미국 클레어몬트대학과 성균관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통일·남북관계 전문가다.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를 거쳤고,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 및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북핵 국면에서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는 북한 혹은 동맹국인 미국의 선제공격에 의해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이중적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의 정부의 대외 안보정책 역시 이 틀 안에 놓여 있다.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한 미국의 무력지원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동시에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한반도가 전쟁에 휩싸이는 것을 두려워한다.

여기에서 이른바 '동맹의 딜레마'가 생겨난다. 이 부원장은 "동맹의 딜레마 중에 상대적 약소국은 방기(abandonment)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애치슨선언, 주한미군 감축·철수 등을 겪으면서 이런 가능성에 항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으로 인해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전쟁에 연루(entrapment)되는 것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을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전형적인 동맹의 딜레마로, 자칫 미국으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게 이 부원장의 진단이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가장 효과적인 미국의 방어수단 중 하나가 선제공격인데, 그 옵션을 공개적으로 약소 동맹이 막는다는 의구심을 줄 수 있어서다.

이 부원장은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선택과정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트럼프 정부의 돌발성"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수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과 같은 갑작스런 조치가 한반도에서도 이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 부원장은 "한국이 동맹의 딜레마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어떻게 해서든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전을 불사하는 안보지상주의를 선택하면 우리의 선택폭은 커지겠지만 그 후과는 돌이킬 수 없는 파탄으로 귀결될 것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원장은 "현 시점은 외교적 타협과 군사적 해결 사이에서 최종 선택 시기에 다가서는 때"라면서 "한국이 독자적인 포지션을 빨리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사회를 향해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공식화하고, 남북교류의 물꼬를 터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원장은 "강대강의 북미 대립과 저변의 미중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집권 2년차에 들어서는 문재인 정부가 빨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 공세적 핵외교로 출구 모색할 것"

김동엽(48) 교수는 해군사관학교 출신으로 2011년 8월 중령으로 전역할 때까지 20년을 군인으로 복무했다. 현역시절 국방부에서 북핵WMD(대량살상무기)담당, 대북정책기획담당, 대북협력정책담당 등을 지냈다. 현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및 정외과 조교수이자 북한연구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올 한해 핵과 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집념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올해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다양한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지속한 해"로 규정했다. 그는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이미 일정 수준(최소 50kt) 이상 폭발력을 지닌 소형화, 경량화, 규격화된 핵탄두 개발 및 보유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 "운반수단 측면에서도 다양한 사거리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하면서 핵탄두와 결합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11월 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로 "국가 핵무력 완성의 력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위업이 실현되였다"고 선포한 점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기술적 완성을 보여준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지만 '화성-15형'이 사거리와 탄두중량 면에서 미 본토 전역 타격이 가능할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고 있어 핵무력 완성 선포를 단순한 엄포나 자충수로 과소평가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2016년을 평가하며 'ICBM 시험발사 마감단계 진입'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2017년에 ICBM 시험발사를 끝냈다는 대내적인 정치적 선언으로서 의미가 보다 클 것으로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2018년 북한의 군사안보외교 분야에 대한 전망도 "미중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안보환경과 북한 내부 상황 하에서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방정식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제재의 지속, 미국의 대화의지와 준비여부, 북한 핵무력의 기술적 보완과 완결, 전략적 효과와 타이밍, 북한 내부 결속과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정책 추진 등이 북한의 행동과 향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전력화, 대량생산, 실전배치 및 숙달 훈련 등의 단계로 세분화해 완성 선포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발사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이를 통해 기술적 보완과 관련된 시험과 조치를 지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보다 많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핵물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및 농축시설 확장하는 모습을 노출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추가 제재와 압박에 굴하지 않는 차원에서 기존 작전 배치된 미사일이나 다른 계열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핵무력 완성' 선포를 내세운 공세적 핵외교를 통해 경제 발전과 국제적 고립 탈피의 병행 출구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한반도 주변 4개국은 북핵문제를 해결해야할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자국 이익을 위한 긴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획기적인 관계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창간기획 - 전쟁은 안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하자' 연재기사]
①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인터뷰│ "평화협정 논의, 비핵화·군사적 긴장완화 촉진할 것" 2017-10-10
②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 인터뷰│ "3천년 전쟁사의 교훈, 평화 원한다면 전쟁을 이해하라" 2017-10-16
③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외교 국방 통일의 삼위일체로 교집합 최대로 늘려야" 2017-10-23
④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NSC 선임보좌관 │ "트럼프 행정부, 북한 예방타격 준비 정황없다" 2017-10-30
⑤인터뷰│김준형 한동대 교수│ "평화는 현상관리가 아니라 적극 만들어가는 것" 2017-11-06
⑥인터뷰│데이비드 바인 아메리칸대학교 교수│ "평화협정이나 합의도출하려면 한반도 주한미군 철수해야 2017-11-13
⑦인터뷰-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경제로 남북관계 풀며 북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2017-11-20
⑧인터뷰-이정우 국제통상전략연구원 부원장│ "남북관계 물꼬 터 '전쟁 안된다' 국제여론 북돋워야" 2017-11-27
⑨진징이 중국 북경대 교수│ "북한 변화시키려면 시장경제 바다에 빠뜨려라"2017-12-04
최종회 - 전문가 좌담│ 전쟁불가론 공식화, 남북교류 물꼬터야 2017-12-11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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