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검찰의 차관급 대우 대폭 축소 필요 … 차관급 검사장 직급, 법적 근거 없어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검사장에 대한 과도한 예우를 당장 폐지하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제목이다. 박 교수의 글은 누리꾼들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다. 그는 글에서 "50여명 가까운 검사장급 검사들과 200여명의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모두 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다"며 "차관급 대우는 각급 법원장과 각급 검찰청의 장으로 축소하라"고 주장했다.

박찬운 교수(55)는│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전문가다.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이후 2003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을 지냈다. 2006년 이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2012년 스웨덴 룬드대학교 라울발렌베리 인권연구소 방문연구원을 지냈고, 2014년부터 인권정책연구소 이사를 맡고 있으며, 현재 경찰개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장병호 기자

8일 한양대 교수실로 박 교수를 찾아갔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배경은 무엇인가.

30여년 법조인 생활을 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법조인의 특권의식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해왔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차관급 대우라는 것이다. 고위직 공무원들에게만 차관급 대우라는 게 있는 데, 법무부 검찰 법원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관급 대우가 많다. 법무부의 실국장들과 검찰의 검사장급을 합해 50여명과 법원의 고등법원 부장판사 200여명이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이런 상황은 개혁작업에 매우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빨리 정리하지 못하면 개혁을 성공시킬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차관급 대우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우선 전용기사가 딸린 승용차가 제공된다. 출장갈 때 비행기를 타면 비즈니스급 이상 항공료가 제공되고, 해외 숙박비도 다른 공무원에 비해 높다. 일반 공무원이 1일 100달러면 3배 정도 된다. 또 수행인력도 따른다. 그밖에 상당액수의 업무추진비 등을 지원받는다.

법관이나 검사들의 급여수준을 낮추자는 게 아니다.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출퇴근시에만 쓰는 상황에서 전용기사 딸린 승용차를 굳이 제공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관급 대우는 각급 법원장과 각급 검찰청의 장으로 축소해야 한다.

이스북에 '법무부 실국장들은 타부처 실국장들과 급이 달라 함께 놀지 않는다'고 했는데

검사 출신 법무부 실국장들은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다. 검사장급이 오는 자리라고 해서 차관급 대우를 해주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내에 일반직으로 채용된 국장들은 대우가 다르다. 같은 조직내에서 똑같은 실국장임에도 차별대우를 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정상이 아니다. 법무부 탈검찰화가 성공하려면 이러한 차별부터 없애야 한다.

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던데

검사장은 법적인 직급이 아니다. 법적으로 검사는 딱 두 종류의 직급밖에 없다. 검사와 검찰총장이 그것이다. 검사장급이란 검찰이 법적 근거도 없이 만든 직급이다. 그런 직급 자리를 50여명이나 둔 것은 과거 권력자들이 검찰을 통치에 활용하며 그 보상의 성격으로 준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부 부처는 어떤가.

대부분 부처에서 차관급 대우는 소수만 받고 있다. 경찰의 경우는 청장만 차관급이다. 전국 경찰이 15만명이다. 검찰은 직원을 합해도 총 1만명 정도 되는데, 검찰총장은 장관급이고 차관급 검사장도 50여명인 상황을 경찰과 비교하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오히려 경찰청장은 장관급으로 올리고, 10여곳의 주요 지방경찰청장은 차관급 대우를 해주는 것이 맞다.

선진국의 경우는 어떤가.

내가 알기엔 선진국은 이런 특혜가 거의 없다. 유럽은 장관이라도 대중교통을 타는 경우가 많다. 덴마크나 스웨덴에선 국회의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후진국일수록 특혜가 많고 선진국일수록 없다고 보면 된다.

특혜를 없애지 않으면 개혁의 성공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공직자는 국민들과 삶의 거리를 두면 둘수록 멀어진다. 국민들의 삶 속에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법개혁이나 검찰개혁도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볼 때 법조계의 과도한 예우를 없애는 것은 개혁과 별개가 아니라 더 중요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수평적 사고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란 점이다.

■ 특혜가 수평적 사고를 가로막는다는 것인가.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수직적 문화가 수평적 문화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려면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 수직적 사고를 수평적 사고로 바꾸자는 게 우리사회의 과제다. 우리가 수평적 사고를 하자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권들이 바로 수직적 사고를 만드는 제도적 장치다. 특권이 사라지면 수평적 사고가 가능하게 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검찰개혁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나.

개혁과제로 제시된 게 법무부 탈검찰화, 공수처 도입, 검경수사권조정 등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주도하고 있지만 그것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 검찰의 힘을 빼는 작업을 검찰이 뒷받침하는 상황이 신속하게 개혁을 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낳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활동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탈검찰화를 먼저 신속하게 완성해서 법무부 주요 보직에 비검사들이 들어온 다음에 그 팀들의 지원을 받아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더딘 것 같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사법개혁 추진 방침을 밝혔는데

김명수 대법원장을 신뢰하기 때문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사법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부 법관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외부인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의 요구가 정확히 무엇이고, 국민적 요구를 어떤 식으로 사법분야에서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경찰개혁위원회가 최근 검경수사권조정안을 발표했다. 이제 경찰개혁위원회는 활동을 마치는 것인가.

6~7부 능선쯤 왔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제안했던 개혁안이 실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실행을 위해서는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도 있고, 개헌도 해야 한다. 당분간 개혁안이 실행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경찰개혁위원회가 제안한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안이 앞으로 정부내에서 어떤 논의과정을 거치게 되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수사권조정안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면 이를 논의할 중립적인 조정기구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정부쪽에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하니까 국회내에 만들 수도 있다. 여소야대의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신속히 추진되기 어려울 듯하다. 이제까지 청와대가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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