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문재인 대통령 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대책'에 대해 언론이 특별히 대통령 이름을 딴 '문재인케어'로 부르는 이유는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의료비 절감 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문재인케어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 10명 중 7명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예비급여제도'다. 의료기관이 가격을 마음대로 정해도 통제할 방법이 없었던 비급여(미용·성형 제외)를 건강보험에서 10%, 30%, 50%을 지원해주는 대신 예비급여에 편입시켜 의료비 상한액을 정하고, 그 이상으로 환자에게 받지 못하도록 가격 관리를 하는 것이다.

예비급여제도를 통해 비급여 의료비 부담 대폭 줄이는 포석

역대 정부들은 의료현장에서 계속 개발되고 확대되는 비급여 관리는 소홀히 한 채 건강보험 재정 투입에만 집중했다.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결과를 초래했고, 그 결과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80%에 턱없이 부족한 63.4%에 머물러 있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나라에서 병원비가 1000만원 나오면 이 중에서 환자는 365만원을 지불하고, 건강보험에서는 634만원을 지원하는 꼴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의료비 안심제도가 아닌 의료비 할인제도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러한 낮은 건강보험 보장율 때문이다.

문재인케어는 예비급여제도를 통해 국민들의 비급여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이는 포석이다. 문제는 예비급여제도는 의료기관들이 그동안 고가의 관행가로 받았던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의료수가가 필연적으로 인하하고, 이로 비례해 의료기관들의 수익 또한 줄어든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전례가 없는 적정수가 보상 약속을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번 반복해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계는 예비급여제도는 현행 원가 이하의 건강보험 저수가 현상은 그대로 둔 채, 그나마 수익이 남았던 비급여까지 저수가의 예비급여로 강제 편입시킨다는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전국에서 3만명의 의사들이 서울 대한문 앞에 모여 문재인케어 원점 재검토 및 수가 정상화 등을 요구하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까지 개최했다.

의료계가 요구하는 '수가 정상화'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적정수가'가 도대체 얼마인지에 관해 의료계와 보건의료 전문가, 시민사회, 정부가 각각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나 시민단체 중에서는 그동안 의료계나 정부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급여 관련 원가보전율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았다며 그 신뢰성을 부정하기도 한다. 반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계의 수익 감소를 일정부분 적정수가 형태로 보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적정수가가 얼마를 의미하는지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도 정답을 이야기할 수 없다. 결국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사회적 협의체' 구성해 적정수가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

문재인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예비급여제도를 통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가 필수적이다. 이는 반드시 의료계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일정부분 수가보상을 통해 보전해 주지 않으면 의료계의 발목 잡기는 계속될 것이다.

건강보험료와 국고지원액으로 마련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되어 있다. 건강보험 재정 관점에서 보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의료수가 인상은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고,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계의 이해관계가 명확히 충돌하는 이슈다. 따라서 의료계, 보건의료 전문가, 시민사회계, 정부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여기서 적정수가를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적정수가의 기준으로는 당연히 '환자안전 및 의료의 질 향상'이 되어야 한다.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 도입도 전제되어야 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