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부원장

한·중 관계에서 환경문제는 주요 현안이자 협력의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2월 14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환경장관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추진할 '한·중 환경협력계획'에 서명하였다. 올해 수원에서 개최된 제19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실무자들간 일부 합의 이후 지속적인 협상의 성과물로서 양국 환경협력의 발전에 중요한 일보를 내딛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계획은 양국이 함께 이행해야 할 중장기 협력계획서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한·중 수교 이후 1993년부터 양국 정부는 '한·중 환경협력에 관한 협정'을 포함하여 모두 13차례의 각종 협력협정을 체결하였다. 협력기간을 설정하고 계획서의 형태로 체결된 협정은 이번이 처음으로 양국 환경협력의 지속가능성을 한 단계 높였다. 향후 5년간 양국 환경협력의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 환경협력센터의 설치 등 실질적 진전 이뤄

우선 협력분야 협력방식 이행체계 이행기관 등으로 구성된 계획은 내용에 있어서도 양국 환경협력의 제도화 측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 진 것으로 확인된다.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환경협력에서 조직과 재정의 제도화 정도는 협력의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다. 비록 재정에서 구체적인 합의사항은 없지만 장관-국장-실무급의 3단계 이행체계와 한·중 환경협력센터로 구성된 양국 환경협력의 조직적 제도화는 이번 계획의 체결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다.

한·중 환경협력센터의 설치 및 운영은 계획에 포함된 합의사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추진되어 온 환경 분야 협력사업과 활동은 수십 건에 달한다. 특히 2010년 이후에 급증하는 추세인데, 이를 종합적으로 총괄 조율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현재 북경에 설치되어 있는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과 '한·중 환경기술 실증지원센터' 등 기존의 분야별 기구들을 통합하여 정책·연구·기술 분야 협력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런 점에서 한·중 환경협력센터의 설치 및 효율적인 운영은 양국 환경협력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시의적절해 보인다. 양국 환경협력의 사무국이자 컨트롤타워로서 흩어져 있는 협력조직을 하나로 연결하여 협력사업의 이행과 성과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협력은 중단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양국 간에 형성되었다는 점도 계획의 협상과 체결과정에서 얻어진 소중한 성과이다. 사드문제에 따른 양국관계 악화로 인하여 협상과정이 일부 지연되기도 했으나 양국의 환경부처는 20여년간 형성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합의를 이루어 냈다. 합의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상호신뢰는 양국 환경협력의 지속가능성과 회복력(Resilience) 강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 세부협력 합의안 도출해야

양국은 환경협력 발전에 중요한 일보를 내딛었지만 계획의 이행을 위해서는 다음의 당면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합의한 계획에 따른 세부 협력사업의 확정이다. 중국에서 개최될 제20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의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중에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특히 대(對)중국 환경협력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고려할 때, 환경협력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중장기 사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중 환경협력센터 규모 등에 대한 기본구상과 준비조직을 조속히 마련하고 중국과 협의해야 한다. 중일우호환경보호센터의 경험과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계획의 체결로 향후 5년간 양국 환경협력의 큰 뼈대가 마련되었다. 이제 중국과 협의를 통해 살을 붙이고 생명을 불어 넣은 또 다른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계획이 실효성 있게 이행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때다.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