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대화 전폭지지

속으론 지나친 양보 우려

새해 벽두부터 일사천리로 진행중인 남북대화와 화해 기류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냉담한 반응과 환영하는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남북대화와 화해 무드를 환영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약화돼 김정은 정권이 시간을 벌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이 아닌가 경계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특히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지고 북핵 협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높다.

워싱터포스트 등 미 언론들에 따르면 남북회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미국정부는 공개적으로는 전폭 지지와 기대를 표시하고 있지만 북핵협상으로 이어질지 회의적으로 보면서 한국의 지나친 양보나 북한의 시간벌기 시도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9일 개최되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전폭 지지하며 북미대화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캠프 데이비드 회견에서 "남북대화가 잘되고 북한이 평창올림픽에도 참가하며 올림픽을 넘어 더 큰 진전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면서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도 전화통화 할 수 있으며, 적절한 시점에서 대화에 관여하겠다면서 남북대화에 이어 북미대화, 북핵협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은 북핵포기 협상에 대해선 여전히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깊은 회의를 표시하며 대북 제재압박 극대화 전략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남북대화에서 중요한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으나 올림픽 문제에서 끝나고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기대치를 낮췄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정책에 제동을 걸며 대화론을 주도한 틸러슨 국무장관의 기존 행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모습이어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와 틸러슨이 역할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강경론자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그동안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하는 척하면서 많은 돈을 요구하고 달아났다"며 "지난 25년 동안의 일어났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역시 "과거 북한의 행태를 볼 때 이번 남북대화는 속임수일수 있어 핵문제에 있어서는 김정은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지나치게 북한에 양보해 대북 제재압박을 느슨하게 만들거나, 김정은 정권이 과거와 같이 핵무력 완성을 위해 수개월간 시간을 벌려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우려하는 것으로 미 언론들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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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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