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포기한 '니트족' 30만명 … 희망 잃은 세대, 집단무기력 빠져 사회불만층 형성

청년 실업률이 9.9%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쉬는 청년(니트족)이 지난해 30만명을 넘어섰다. 니트족 급증은 사회불안과 직결된다. 브라질 등 신흥국과 남유럽(피그스, PIGS) 등에서는 니트족이 20~30%대에 이르면서 사회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비경제활동인구 중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가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층(15~29세)은 3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27만3000명)보다 2만8000명 늘었다. 연간 10%가 넘는 급증세다. 전체 청년층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6년 2.9%에서 2017년 3.2%로 0.3%p 높아졌다.

'쉬었음'으로 분류된 층은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통계상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어 노동공급에 기여하지 못하는 층이다. 비경제활동 사유는 진학준비, 육아, 가사, 교육기관 통학, 연로, 심신장애, 입대 대기, 쉬었음 등으로 분류된다.

유럽 등에서는 교육·직업훈련을 받지도 않고 취업도 하지 않는 젊은층을 의미하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 이들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취업이나 정규 기관 통학·교육 훈련 여부 등을 기준으로 니트족을 판단한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가사를 이유로 한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층 니트족 비중은 2015년 기준 18.0%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정책국장은 "구직활동을 하다 어려우니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는 지표"라고 분석했다.

'쉬었음' 청년층은 취업이 어려운 환경에서 더욱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의 작년 실업률은 9.9%로 2000년 현재 기준으로 측정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으며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은 청년층이 22.7%로 2016년보다 0.7%p 높았다. 대졸자 수와 인구구조 추이를 보면 2025년까지는 청년실업이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니트족 증가는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OECD에 따르면 34개 회원국 청년층 중 니트족 비율은 2015년 기준으로 14.6%를 기록했다. 청년층 니트족 증가 현상은 경기 침체가 여전한 유럽, 특히 남유럽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이탈리아의 청년층 니트족 비중은 2007년 19.5%에서 2015년 26.9%로 급증했고, 그리스(16.4%→24.7%)와 스페인(15.9%→22.7%)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니트족 비중은 여기에 미치치지는 못하지만 급증 추세라는 것이 문제다. 안 국장은 "청년층의 절망은 경제적 불평등을 고착화시켜 사회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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