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원 목포해양대 초빙교수

2018년 벽두에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의 남측 대표단 버스가 통일대교 앞을 지날 때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꽁꽁 언 손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이는 그들을 넘어 온 겨레의 염원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남북은 북측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 조치를 쌍방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UN과 국제사회를 통한 미국의 대 북한 강경 제재조치는 북한은 물론 한반도 전체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유류공급 감축이 지속되면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고 이로 인한 고통은 결국 남북한 국민 모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손짓을 보내고 있는 미국과 대화를 통해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단 대화의 장을 구축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동북아 국가들 물류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계기

중국은 서쪽으로 향하는 일대일로 정책을 펴는 한편 동북3성의 경제발전의 성과를 동해출해권(東海出海權)으로 뒷받침할 계획이고,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하는 극동 러시아를 개발하는 신동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 역시 시베리아횡단철도와 가스관을 사할린 에서 일본열도까지 연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환동해경제권에 관심이 높다. 한국은 주변 강대국들의 이러한 물류정책에 발맞춰 두만강 하구 개발계획에 관한 큰 그림을 국제사회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물류의 힘은 민족 또는 국가가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상호 동반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필자는 얼마 전 남중국해 난파선에서 건져올린 14세기 베트남과 태국의 도자기들을 보았다. 한중일 및 남방 국가들의 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인적·물적 교류의 증거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동북아 해양과 대륙 중심의 물류정책을 펴고 있는 주변국들과의 협력 즉, 이들과 공동으로 두만강 하구를 개발하게 되면 한반도는 물론 역내 평화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중국은 2009년 훈춘과 나진항 사이 고속도로를 신설하는 조건(2011년 완성)으로 북한의 나진항 제1호 부두의 30년 전용권을 확보하고 중계무역과 보세, 가공수출이 가능한 국제 물류기지를 합작 개발했다. 러시아는 석탄을 수출하기 위해 2013년 국경도시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철도망을 완성했고, 이듬해 나진항 3호 부두를 개축해 50년 사용권을 확보했다. 한국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의 석탄과 백두산 생수를 한국으로 수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다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현재 중단된 상태에 있다.

문재인정부는 7월 1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공사의 12가지 업무(제11조) 중 항만터미널 등 해운항만업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및 융자, 해운항만사업자의 해외 물류시장 투자 등에 대한 컨설팅 등은 한국의 두만강 하구개발 참여와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

한국정부 주도적으로 두만강개발 참여를

공사는 출범하게 되면 본래 목적대로 침체된 한국 해운을 살리는 데 주력해야겠지만 동시에 해외 항만개발과 투자의 관점에서 북한의 나진·선봉항과 인접 러시아의 항만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부연하자면 한국이 주변 강대국들과 공동으로 두만강하구를 개발한다면 한반도 정세변화에 관계없이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고, 북핵 협상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므로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역내 전체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 해빙기운이 감도는 이 시기에 한국정부가 주도적으로 주변국들에게 두만강개발 참여를 권유·실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양 원 목포해양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