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북미대화 의지 표명 … 문 대통령과 통화내용 여러차례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느때 보다 적극적으로 북미간 직접 대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서 남북대화에 이어 북미대화도 추진될지 주목된다. '적절한 시기와 상황'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얼마 전까지 대북 군사옵션을 자주 언급하며 압박 캠페인에 주력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백악관 자료와 각료회의 모두 발언, 노르웨이 총리와의 공동 회견 등에서 서너차례 남북대화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언급하며 미국도 북한과 직접 대화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적절한 시기와 올바른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간 회담을 개최하는데 오픈돼 있음을 밝혔다"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서면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9일 남북대화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회담 성사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 있는 지도력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작전'을 계속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직접 문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얘기를 했다. 그는 우리가 한 일에 대해 매우 감사해 했다"면서 "그들은 북한과 대화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매우,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고, 우리는 그것(남북대화)이 어디로 갈지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의 (대북 강경) 태도가 없었다면, 그것(남북대화)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남북대화)이 어디로 이를지 누가 알겠느냐. 그것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우리는 향후 몇 주나 몇 달에 걸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말해 현재의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과 통화를 했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모든 내용을 브리핑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회담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소개하며 "남북한이 매우 대단한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나는 이런 상황을 보기 좋아하고 그 피드백으로 좋은 일들을 만들어 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엄청난 전쟁이 다가온다'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휩싸인 로버트 넬러 미국 해병대 사령관의 발언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그런 걸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모르는 걸 그가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북한과 미국이 '몇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나 좋은 대화가 많이 오가고 있다. 좋은 기운이 많다"고 말해 남북대화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다시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남북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밝힌 데 이어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직접 언급함에 따라 북한에 대한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대화 전략으로 선회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빠르게 풀리면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북미대화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기대도 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해 북한에 취했던 적대적 수사에 대한 중대한 반전으로, 아시아의 불량국가와 외교적 협상을 할 의지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간 회담 개최에 열려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고, CBS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북한과의 대화가 '시간 낭비'라고 말했으나 (이제는) 북한과 외교적 대화를 기꺼이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한편, 백악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가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 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대표단 명단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혀 이방카 트럼프의 합류 가능성도 남겼다.

평창뿐만 아니라 서울, 도쿄, 알래스카도 방문하는 펜스 부통령이 미국 대표단장으로 방한하는 것은 평창 올림픽의 안전하고도 성공적인 개최를 전폭 지원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한반도 안보 공약 이행의지를 재확인하려는 의미라고 백악관은 강조했다.

김상범 기자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