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추천이사제 향방

김종인 발의법에 부정적

금융회사를 비롯한 민간기업에 법으로 근로자가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당장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주의 고유한 권리를 넘어선다는 게 주된 논리다.

금융혁신위가 지난해 말 권고한 민간금융회사에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이미 국회에 법안으로 제출돼 있는 상태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 국회의원 122명이 2016년 7월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후보자 1인을 선임하도록 했다.

김 전 대표 등은 당시 개정안에서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각 1인 또는 복수의 후보자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추천할 수 있게 한다"며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후보자 각 1인은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하여야 한다"고 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대주주의 독단경영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 및 감시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금융혁신위가 근로자추천이사제를 권고하면서 "금융지주사 임원후보추천위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회장의 자회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취지이다.

하지만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검토보고서는 "현행 상법상 주식회사는 주주 유한책임원칙에 따라 회사의 경영위험은 출자액에 비례하여 부담하며, 의결권 행사와 배당 등 모든 의사결정과 주주권 행사 또한 주식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이사의 선임 또한 주주총회에서 주식수를 기준으로 하는 자본다수결의 원칙에 의거하여 보통결의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사외이사도 기본적으로 회사의 이사인 점, 이사는 이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회사의 업무집행의 결정에 참여하는 주식회사의 필요적 상설기관"이라며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의 추천이 있을 경우 1인 이상을 반드시 선임하도록 하는 개정안은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에 근로자추천이사제를 강제적으로 도입하는 게 불발되면 지난해 KB금융지주 주총에서와 같은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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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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