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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정부 차원 보건교육 정상화 추진해야

등록 : 2018-01-12 10:44:15

우옥영 경기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새정부 들어 사회 곳곳에서 '적폐 청산'을 향한 목소리가 높다. 학점제, 공공의료와 1차 보건의료 확대에 대한 새 정부의 강한 의지표명도 있었다. 이에 아이들 건강을 위한 학교 보건교육도 오랜 적폐를 청산하고 변화의 새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고 있다.

이런 기대는 지난해 11월, 촛불 집회 1주년 기념행사 사전 행사로 분주한 광화문 인근 정부 서울청사 앞 '가마우지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가마우지로 분장한 보건교사들은 물고기를 잡고도 목에 밧줄이 감겨 삼키지 못하는 모습과 교육부가 이 물고기를 가로채 '면피' 가방에 담는 모습을 연출했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를 허하라"고 외쳤다. 이 행사는 3000여 보건교사들의 조직인 보건교육포럼에서 보건교육과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 기획했다. 20여년 간의 노력에도 보건교사들이 그 자격과 성과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와 수수방관하고 있는 교육부의 문제점을 알리려 한 것이다.

OECD 회원국 대부분 필수과목

'보건'은 대부분의 OECD 국가들에서는 필수과목이다. 성교육, 질병예방, CPR, 흡연 예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건교육에 1달러를 투자하면 14달러의 효과가 있다는 WHO의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건교과'를 채택했다. 하지만 새로운 교과가 생기면 현행 교과의 틀이 깨지고, 교원 구조 조정으로 이어진다는 교육부 반대로 좌초됐다.

2007년 국회에서 보건교사의 보건교육을 의무화하는 학교보건법이 통과됐고 2008년 보건과목이 도입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보건교과를 선택과목으로 고시했고, 초등학교에서는 보건교육과정을 도입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학교에 따라 국적 없는 보건수업이 횡행하게 됐다. 보건수업 실시율도 50% 수준으로 급감했다. 10년 전에 만든 교과서도 수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로 보건교사의 법적 직무가 개정됨에 따라 당연한 후속조치인 보건 담당교사 자격부여나(표시과목, 정교사) 추가 배치도 언급이 없었다. 규모가 큰 학교에서 한명의 보건교사로는 제대로 보건교육을 할 수가 없다. 이는 큰 학교에 국어 수학 교사를 단 1명만 배치하는 꼴이다.

메르스, 세월호, 성폭력 사건 등으로 보건교육의 필요성이 더 커지자 교육부는 성교육표준안, 안전교육표준안 등에 거액을 투자해 각 교과에서 나누어 가르치라는 그럴듯한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성교육, 질병예방, CPR교육 등을 오랫동안 전담해 온 보건과목의 정상화 없이 정상적인 교육은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선택교과 확대 등 학점제 추진으로 해소해야 할 문제다.

게다가 학교보건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는 학교와 지역사회 전체가 담당해도 쉽지 않은 학교 보건 업무를 보건교사 1인에게 부과하는 관례다.

감염병 관리, 흡연예방, 사고예방, 미세먼지 관리 등 학교보건은 학교 전체 혹은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도 벅찬 일이다. 학교보건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학교에 보건부를 만들어 학교와 지역사회와 연계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국무총리실에 학교보건교육 TF 구성을

교육의 전문성을 보장한 헌법, 교육과 행정을 분명하게 분리하고 있는 법률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수십명, 백여명의 아픈 아이들을 돌보며 헐떡이는 보건교사에게 실제 불가능한 환경위생관리를 강요하는 것은 무책임한 면피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시설·문서행정에 교사를 내몰아 갈등만 키울 일이 아니라 지자체와의 연계를 강화해 대안을 찾을 일이다.

교육과 행정의 실종을 낳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과 본질을 새정부에서 널리 공유하고 국무총리실에 학교보건교육 TF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와 현장 교사, 전문가들이 함께 아이들 건강을 위해 차별정책을 철폐하고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 분권화, 보건정교사 추진 등 변화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우옥영 경기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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