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속 이한열 열사 부축한 실제 인물 … 지식정보 서비스로 '삶의 문제' 해결돕는다

영화 '1987'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으며 순항 중이다. 실화에 기반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6월 항쟁'을 그린 이 영화에서 이한열 열사는 시위대를 저지하려는 전경들에 의해 최루탄을 맞고 죽음에 이른다.
사진 이의종


당시 시위 현장에서 이 열사를 부축해 학교로 갔던 이가 이종창 파주가람도서관 관장이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2학년생이던 이 관장은 이후 난곡에서 도서관운동을 하다 연세대 도서관에 이어 서울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관장을 거쳤다. 11일 오후 내일신문은 이 관장을 만나 젊은 시절, 나라의 민주화를 꿈꿨던 그가 그리는 '도서관과 민주주의'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주>

영화 '1987'이 그린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운동권은 빨갱이'라고 생각했다. 1학기 때는 영화 속 연희처럼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라고 했었는데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비디오를 보면서 2학기 때부터 소위 운동권으로 생활했다.

그해 6월 9일은 6.10 국민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를 하는 날이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운동권 학생뿐 아니라 일반학생, 시민들에게 분노를 일으킨 상황에서 그해 4월 13일 '직선제 개헌하지 않겠다'는 호헌 선언이 있던 상황이었다.

시위대는 도서관 앞 민주광장에서 시작해 학교 밖으로 나섰다. 보통은 전경들이 최루탄을 던진 이후 학생들이 도망갈 시간을 주는데 그날은 다급하게 학생들을 잡으러 왔다. 최루탄으로 앞이 안 보이던 상황에서 학생이 쓰러져 있는 게 느껴졌는데 한열이었다. 학생들에게 한열이를 인계하고 정신을 잃었다.

이후 상황은 어땠나.

한열이는 세브란스병원에 입원을 했다. 사건이 있고 5일이 있은 후 2만명의 학생들이 모여 '한열이를 살려내라'고 시위를 했다. 당시 전경이 던진 돌에 맞아서 기절을 했는데 피가 안 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뇌출혈이 있을 수 있어 피가 안 나는 게 더 위험한 거였다.

수술을 2번하고 중환자실에서 한열이 옆에 5일을 누워 있다 일반 병실로 옮겼다. 수술을 하고 나니 한열이 어머니 아버지가 '네가 종창이냐'라고 물으셨다. 사실 한열이 부모님과 같이 있는 게 마음이 편치 않다. 그 마음은 알 것이라 짐작한다.

이후 3학년 때는 과학생회장, 4학년 때는 문과대 학생회장을 했다. 이후 수배생활을 거쳐 난곡주민도서실에서 도서관운동을 하게 됐다. 도서관이 지역 주민들의 민주적 의식 고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도서관이 민주주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대 아고라는 도서관 앞마당이었다. 영화 '아고라'를 보면 도서관 앞에서 주인공은 과학 토론을 하고 정치집회를 한다. 지식정보를 갖고 삶의 문제-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를 해결하기 위한 곳이 도서관이다.

국내에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도서관들이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경우 마을포럼, 사회를 담는 컬렉션 등을 통해 지역의 현안을 얘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를 담는 컬렉션에 사회 현안과 관련된 책을 배치해 놓는 것은 물론 마을포럼에서 토론을 한다. 얼마 전 마을포럼 주제는 '마을은 누구겁니까'였다. 학자 담당국장 지역주민들이 재미있게 토론을 했다.

파주가람도서관도 지역 주민들이 현안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하면 관련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단체·기관들과 협력해 토론할 수 있는 공동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지식정보 서비스를 하는 도서관 고유의 기능이 밑바탕이 돼야 할 것 같다.

정보를 찾는 것은 학교 다닐 때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필요하다. 법률·지역경제 등 많은 정보들이 필요하며 삶의 문제에 필요한 지식정보를 도서관이 제공할 수 있다. 도서관의 정보 수집·축적·보존·관리 등 기본 서비스가 기반이 돼야 도서관이 공론의 장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가 왔을 때 도서관 이용률이 30% 증가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파주가람도서관은 '음악'을 주제로 특성화한 도서관이다. 음악 관련 등 이용자들의 질문이 늘었다는 게 체감이 된다. 앞으론 '정보제공 차트' '정보개발 차트'를 만들어 참고정보서비스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찾을 만한 체계화된 정보를 개발해 축적하고 어떤 이용자가 어떤 정보를 찾는지, 대출 반납을 넘어 확장된 정보 제공을 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

해방 이후 도서관 체계를 미국에서 복사해 왔다. 미국의 경우 독립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도서관이 민주 시민 교육의 장으로 역할을 했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이후 선진 문물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도서관운동은 미약했고 관 중심으로 체계화됐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했고 개인 공부를 하는 독서실로 전락했다.

도서관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별로 없었다. 도서관법 제정 이후 개정까지 20년이 넘게 걸렸다. 국가가 도서관 정책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현재 도서관은 인력·예산 문제가 있다. 행정 업무가 도서관 전체 업무의 60~70%에 이른다.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도서관이 예산의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인식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서관들이 노력을 해야 한다. 아직 발전하는 과정이며 사서의 역량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시민들이 내 삶에서 도서관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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