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가 인하압박 회피

영업이익률 축소경향

국내 대기업그룹 협력업체들이 납품단가 인하 압박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익을 하향조정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하도급 관계에서 불평등한 역학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불공정거래에 대한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16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한 '회계저널 2017년 12월호'에 실린 국민대학교 대학원 고광진 박사의 학위 논문 '재벌협력사의 이익조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대기업협력사는 과도한 영업이익률에 따른 납품단가 하락을 회피하기 위해 '재량적 발생액'을 사용해 영업이익을 하향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액'은 거래의 발생에 따라 앞으로 생길 이익과 손실을 당기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당장 현금이 오고 가지 않아도 장부에 반영된다. 이밖에도 손상차손 규모 상각기간의 설정과 상각방식 등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당기순이익의 변동에 영향을 준다. 경영자의 재량에 따라 측정방식을 달리하는 것을 '재량적 발생액'이라고 하며 회계부정은 아니지만 이익 조정이 가능하다.

고 박사와 교신저자인 이재경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는 자산기준 상위 10그룹의 주력사 중 제조업에 속한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전자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5개 제조업체의 1차 협력업체 737개사를 표본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3553개의 기업연도 표본과 대기업 협력사가 아닌 기업연도 표본 6731개에 대한 재량적 발생액에 기초한 이익조정치를 측정해 비교했다.

회귀분석 결과 대기업 협력사들의 경우 계수추정치가 '유의적인 음의 값'으로 나왔다. 저자들은 "전반적으로 대기업 협력업체가 일반기업에 비해 이익을 하향조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력사들 중에서 상장기업은 이익조정에 차이가 없었다. 상장기업의 경우 감사인의 투명감사 압력이 높아 비상장기업에 비해 이익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들의 추론이다.

영업이익률 구간을 나눠 분석한 결과 이익률이 9~12%, 12% 이상 구간에서 '유의미한 음의 값'이 나왔으며 영업순손실이 발생하거나 영업이익율이 낮은 구간에서는 협력사의 이익조정행위가 다른 기업과 다르지 않았다. 저자들은 "영업이익률이 높은 구간에서 의도적으로 이익을 하향조정하는 행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납품' 계열사와 협력사 영업이익률 차이 크다" 로 이어짐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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