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특검의 '개인횡령' 결론과 상반된 진술

다스 직원 "회사차원 비자금 조성" 진술도 무시

다스에서 빼돌린 120억원은 여직원의 개인횡령이라는 정호영 특검의 결론과 달리, 횡령에 가담한 이 모씨는 "(개인횡령이 아니라) 회사 소유의 돈으로 생각했다"는 상반된 진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 특검은 다스 회계담당 직원 손 모씨로부터 "회사 차원의 조직적 비자금 사실을 알게 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무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세광공업 LKe뱅크에 5억원 송금 =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했던 정호영 특검은 참여연대에 의해 지난해 12월 7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참여연대는 정 특검이 120억원에 이르는 다스 비자금을 밝혀내고도 이를 수사하거나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인계하지 않아 특수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 특검은 9일과 14일 보도자료와 발표문을 통해 △수사과정에서 다스 여직원 조 모씨가 이 모씨와 공모해 120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밝혀냈고 △개인횡령은 특검의 직접 수사대상이 아니었고 △검찰에 이첩할 경우 또 다른 정쟁과 국론분열 초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횡령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특검이 14일 공개한 '특검 수사진행상황' 자료에 따르면 조씨의 횡령 공범으로 지목된 이 모씨가 조씨의 개인횡령이 아닌 "회사 소유의 돈으로 생각했다"는 진술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2월 5일자 '특검 수사진행상황'은 이 모씨를 소환조사해 "조씨가 돈을 주어 관리함. 최초 조씨 횡령금으로 생각. 나중에는 액수 과다하고, 장기간 계속되고, 조씨 미사용으로 회사소유 돈으로 생각. 조씨가 회사 돈을 빼내는 내막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아 모름"이라는 진술을 받았다.

특검은 이씨가 다스의 거래처인 세광공업 경리 담당자로 다스 경리담당인 조씨와는 경리업무 과정에서 만나 특수관계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광공업은 2000년 6월 법인 계좌에서 5억원을 LKe뱅크 계좌에 송금하기도 하는 등 다스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기업이다. LKe뱅크는 BBK 주가조작사건 주범 김경준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세운 투자기업이다. '특검 수사진행상황' 2월 16일자에 따르면 다스 부사장이자 이 전 대통령 매제인 김 모씨는 특검조사에서 "세광공업 법인 계좌에서 5억원을 LKe뱅크 계좌로 송금한 것은 이상은 회장의 차용부탁을 받고 세광공업 대주주로서 (세광공업 사장) 이 모씨에게 차용해 준 것이고, 5억원을 이 전 대통령이 이상은을 통해 차용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특히 조씨는 횡령자금을 이 모씨의 처를 비롯한 친인척 등 이씨 지인 24명 명의로 된 계좌를 통해 관리했는데, 특검 주장대로 조씨와 특수관계라는 이씨가 자기 부인 등의 명의를 이용해 횡령자금을 관리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회계담당 "여직원 개인횡령은 시스템상 불가능" = 120억원을 개인횡령으로 보기 어려운 진술은 또 있다. '특검 수사진행상황' 2008년 2월 2일자에 따르면 다스 회계담당 대리 손 모씨는 특검 조사에서 "다스의 비자금 조성사실을 (당시 경리팀장인) 채동영으로부터 듣고, 업무처리 과정에서 알게 됐음. 사장 김성우, 전무 권승호, 여직원 조 모씨 가담. 이 모씨는 세광공업 경리담당자였음"이라고 진술했다.

또 손씨는 2월 4일 조사에서 "여직원 조 모씨가 혼자서 횡령하는 것은 결재 시스템상 불가능. 사장, 전무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진술했다. 회계담당자였던 손씨의 진술은 '120억원이 개인 횡령이 아니라 회사차원의 조직적 비자금 조성이었음'을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특검은 어찌된 일인지 손씨의 진술을 무시하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횡령했다는 여직원 조씨와 다스 김 사장, 권 전무의 증언에 따라 개인횡령으로 결론 내렸다. 정 전 특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다스의 비자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리 여직원과 관련자들을 모두 조사했지만, 여직원의 단독범행이라는 것 외에 전무와 김 사장의 공범 여부는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리팀장 채동영씨는 지난해 12월 28일 JTBC뉴스룸에 출연해 "다스는 일개 여직원이 120억원을 빼돌릴 수 있는 그런 회사가 아니다"라며 "다스 은행자금을 인출하려면 다스 법인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그것은 김성우 사장만이 갖고 있는데 그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진술했다.

채씨는 또 "특검 수사 당시에는 이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어서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대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동부지검은 조만간 정 전 특검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정 특검에게 적용된 특수직무유기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공소시효 만료일은 오는 2월 23일이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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