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서치' 의혹 제기

13일(현지시간) 인구 150만명이 거주하는 미국 하와이주를 향해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경보가 울렸다. 이날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각 휴대전화에는 '하와이로 오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각 대피처를 찾아라, 이것은 실제 상황'(사진)이라는 경보메시지가 발송됐다. TV와 라디오에서도 '미사일이 육지 또는 해상에 곧 떨어질 것이다. 훈련상황이 아니다'라는 긴급속보가 이어졌다.

무려 38분 동안 경보는 지속됐다. 하와이 주민과 관광객들은 핵공격 공포에 떨었다. 곧 핵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 부모들은 미친듯 자식을 찾아 헤맸고, 가족들은 대비처에 숨거나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이는 경보 오작동이었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월요일 미국 3대 TV방송사와 주류 신문들은 일제히 "하와이 비상관리국 직원의 부주의한 실수로 경보가 오작동됐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경보 오작동 소식이 미국 주류 신문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방송에서도 해프닝성 단신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캐나다 온라인매체인 '글로벌리서치'는 18일 "겉보기에 해프닝으로 보이는 이번 사건의 이면에 무언가가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무려 38분간이나 주민과 관광객을 전례없는 패닉으로 몰아넣은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벌어진 과정과 그 파문이 지나치게 축소되고 있으며, 응당 취해져야 할 진상조사나 의회 청문회도 없다는 것.

글로벌리서치는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설명, 이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언론들은 미사일 경보 사건을 비상관리국 직원의 부주의한 실수라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거짓에 기반해 전쟁을 도발하고 일으키는 미국 정부의 전례를 고려하면 공식 설명에 회의감과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우선 의구심이 드는 지점은 그같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 직원이 익명으로 보호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는 사건을 일으킨 직원이 분노한 시민들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같이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직원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직접 해명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실수로 인한 오작동을 인정한다 해도 정부가 38분 동안이나 이를 방치한 것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다.

글로벌리서치는 "13일의 미사일 경보 오작동은 미국이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맥락에서만 온전히 이해된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사건 발생 이후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주목했다.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담당 선임 전문기자인 에릭 슈미트가 사건 발생 다음날 쓴 NYT 기사는 "지휘관과 일반병력 등 미군 전체가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하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기사는 미군의 준비과정이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가 아니라 북한을 선제 타격해 장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48기의 아파치 무장헬리콥터와 치누크 수송헬기가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포병의 엄호를 받으며 병력과 물자를 나르고 있다. 이틀 뒤인 수요일 NYT는 "전설적 명성을 갖고 있는 미 제82공수사단의 낙하산 부대원들이 목표 대상국에 침투하는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는 또 다른 전쟁 준비내용을 전했다. 더 암울한 건 "수년 만에 처음으로 1000명 이상의 재향 예비군들이 해외병력에 신속히 합류하기 위해 동원센터로 나오라는 내용의 소집장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NYT는 미국이 한국 주최 평창동계올림픽의 보안을 위해 대규모 특수임무군을 한반도에 배치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리서치는 "미군의 이같은 움직임은 2003년 이라크를 상대로 대규모 침공을 감행하기 직전단계와 유사하다"며 "유일한 차이점은 당시에 미국 국민들은 이라크전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같은 트위터를 제외하고는 어떤 사전경고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NYT 보도는 북한과의 임박한 전쟁을 놓고 백악관과 국방부 사이에, 그리고 미 군 지도부 내 분열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와 참모들은 북한의 핵무기 시설을 제한적으로 타격하는 '코피 전략'(bloody nose)을 고려중이다.

글로벌리서치는 "이같은 맥락에 미사일 공격 경보 오작동 사건을 대입한다면, 미 정부가 진주만 공습의 트라우마가 있는 하와이 주민을 실험용 쥐처럼 다루고 있다는 의구심이 가능하다"며 "미국의 코피 전략에 대항해 북한이 하와이에 반격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주민의 반응을 살피는 차원의 훈련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하와이에서 발령된 미사일 공격 경보에 따라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정부·군부 역시 '경보가 어떤 의미인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판단했을 것이다. 그 판단에 따라 전군에 대기발령 지시를 내리고 임박한 전쟁에 대한 병력과 물자 이동 등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글로벌리서치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모든 움직임은 미국의 최첨단 정찰위성에 고스란히 담겼다"며 "이는 북한을 침공하려는 미국에게는 매우 긴요한 정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13일 벌어진 미사일 공격 경보 오작동 사건이 어떤 이유에서 일어났든 간에 단 한 가지는 확실하다"며 "수백만명의 목숨이 핵 전쟁의 실제적 위험에 놓여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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