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채권 만기연장

"누구도 책임 안 지려 해"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유지한 채 채권 만기를 1년 연장해 현 정부에서 기업구조조정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성동조선과 STX조선 등 중소조선사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이 멈춘 이후 채권단의 자율적인 구조조정마저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영향권에 있는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는 18일 실무회의를 열고 "금호타이어 경영 상황 등을 감안해 외부자본 유치를 통한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자본 유치를 위한 소요기간을 고려해 차입금 만기 1년 연장, 이자율 인하 등 거래 종결시까지 유동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같은 결정이 "회사의 책임경영 체계 확립, 지역경제 발전, 종업원 고용안정 등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구조조정을 산업과 국가·지역경제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문재인정부의 방침과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자율결정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시점에 워크아웃이나 P플랜 등을 정부와 협의 없이 결정할 수 있겠느냐"며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호타이어는 진작 법정관리로 보냈어야 했다"며 "현 정부가 박근혜정부와 똑같은 구조조정 정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구조조정을 할 때는 시장 중심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 확실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며 "내년에 뭔가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도 없이 지지부진하게 끌고 가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성동조선과 STX조선 등 중소조선사의 구조조정도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동조선은 이미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실사결과가 나왔지만 산업과 국가·지역경제 등의 측면을 고려해 다시 실사가 진행되고 있다. 실사결과는 3월 중에 나올 예정이지만 정부의 관련 부처와 채권단이 협의를 시작하면 결론이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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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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