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으로 부족 … 더블스타와 매각 논의, 불리해진 협상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외부자본 유치를 통한 회사 매각 방침을 정했지만 제대로 된 구조조정 없이 매각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단 채권 만기를 1년 연장한 채 회사의 인수대상을 찾겠다는 것이지만 매각이 안되면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문제를 덮어둔 꼴이 된다.

채권단은 19일 현재 중국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이 결렬된 것은 금호타이어의 실적 악화와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맞춰 고용보장 기간 연장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한다고 해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악화되자 당초 9550억원인 매각가격을 8000억으로 깎아달라고 했다. 매각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에 매각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자는 금호타이어 매각 대금을 내더라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유상증자로 경영권을 확보하면 증자 대금을 회사 정상화에 사용할 수 있다. 채권단은 회사가 정상화된 이후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매각협상이 한차례 결렬됐기 때문에 채권단으로서는 불리해진 입장에서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더블스타 외에도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의 중국 공장이 살아나야 회사의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블스타 이외에는 유력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해 SK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어지지 않았다. SK그룹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7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블스타와도 비슷한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는데 당초 955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하락하고 또 한 차례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다. 지난해 요구했던 고용보장 기간 연장이 받아들여질지도 확실치 않다.

매각은 신규자금 투입이나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어 채권단 입장에서는 금호타이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2조3000억원의 채권을 안고 가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매각협상이 쉽지 않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호타이어를 법정관리로 보내서 (대규모 채무조정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한 뒤에 신규 자금을 넣어서 회사를 살리면 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정상화 방안을 진행하면서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자구노력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 하에 금호타이어가 조기에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구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채권단은 지난해 9월 "금호타이어가 제시한 자구계획은 실효성 및 이행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당면한 경영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해 채권단 주도의 정상화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경쟁력 향상 방안(생산성 향상·무급 휴무·근무형태 변경 등) △경영개선 절차 기간 중 임금동결 △임금체계 개선(통상임금 해소) 및 조정(삭감) △임금 피크제 시행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자구계획안은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측면도 있지만 사실상 매각의 전제조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노조는 자구계획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4일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와 2월말까지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MOU)를 체결하기로 했지만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면 이마저도 어려울 수 있다.

[관련기사]
정부 기업구조조정 물 건너가나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