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환자단체 "만성질환 관리, 입원수술, 중증환자 진료 분담 유지돼야"

동네 외과의원의 병상 유지를 둘러싼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2년 간 논의돼 온 의료전달(이용)체계 개선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18일 최종 무산됐다.

대형병원 경증환자 쏠림현상과 대형병원 중소병원 심지어 동네의원까지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동네의원 몰락과 의료서비스 질, 환자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우리사회가 고령사회로 진입되면서 급증하는 만성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일차의료강화 목소리도 같이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2016년 1월부터 소비자, 환자, 보건의료노조(가입자단체)와 의사협회, 병원협회, 중소병원협 등(공급자단체), 그리고 학회, 전문가와 보건복지부 관련기관 등이 참여해 2년에 걸친 일차 이차 삼차 의료기관 역할 분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다.

14차례의 전체회의 , 2차례 워크샵, 5차례 소위원회 회의 거치면서 개선안권고문 합의 직전까지 갔다.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권고문초안에는 규모의 의한 의료기관 정립에서 기능중심으로 의료기관을 분류하자는 안을 마련했다.

일차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서 간단하고 흔한 질병에 대한 외래진료, 만성질환 등 포괄적 건강관리, 간단한 외과적 수술이나 처치 등을 담당하고, 이차 의료기관은 일반적 입원, 수술진료, 분야별 전문진료 및 취약지역 필수의료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삼차의료기관은 희귀난치질환 및 고도 중증질환의 진료와 함께 의료인의 교육 연구 개발의 역할을 수행하자는 것.

이런 기능에 맞게 진료행위를 하면 수가를 더 쳐주고, 기능에 맞지 않으면 수가를 낮추자는 안까지 마련됐다.

더불어 의료기관간 환자 의뢰 회송체계를 강화하고 진료정보 교류를 활성화하는 지원도 갖출 것을 제안됐다. 이를 통해 환자안전을 강화하고 중복검진을 방지해 의료질과 환자편의를 증대시키게 했다.

그리고 적절한 기능분담에 따른 진료활동으로 수가를 더 받게 되므로 의료기관의 수입증대도 꾀할 수 있게 정부가 재정부담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동네 외과의원들이 일차의료기능을 하면서 계속 병상을 유지하게 달라는 요구와 병원에서는 만성질환관리를 하지 않겠으니 동네의원에서는 병상유지를 하지 말라는 병원협회의 입장이 충돌되면서 결국 올해 1월 18일 합의안 마련에 실패하게 됐다.

이와 관련 논의에 참여한 C&I소비자연구소 환자단체 보건의료노조 등 가입자단체는 19일 성명을 내고 "의료계와 병원계에 실망과 분노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계가 리더쉽 부재 상태에서 분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이어 나온다. 의사협회 회장단, 비대위, 과의사회 등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결국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

이에 향후 의료계와 관련된 사회적 합의에서 의료계가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일차의료강화를 위해 재정부담까지 각오하고 개선논의를 지켜본 문재인정부로서는 향후 지원에 대해 적극성을 잃을 수 있어 의료계가 자기 밥그릇을 찼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장기적 이익을 위해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하는데 자기주장만 고집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환자단체 등은 "앞으로 개선안권고문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기능 중심 의료기관 역할 정립, 환자 중심 의료를 위한 기관간 협력, 정보 제공 강화 등 협의체에서 공감한 기본 원칙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체 논의에 정책전문가로 참여한 김 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하에서 의료제도 개선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올해 안에 다시 논의 할 기회가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월말까지 의료계에서 절충안을 마련해 올 경우 협의체 재논의가 가능하다고 알렸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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