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앤북스 / 1만5000원 / 기획 김남일 /글 이명아 / 사진 이동춘

경주 여행에 꼭 챙겨야 할 물건이 나왔다. ‘신라왕이 몰래간 맛 집’이다.
흩어진 추억과 역사를 맛깔나게 버무린 책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대고동은 고동 중에서도 제일 맛있다. 살아 있는 것을 저며 썰어 참기름 장에 찍어 먹는데 달큼한 맛이 그만이다. 꿀꺽 넘기기가 아쉬워 자꾸 당겨 씹고 싶을 정도로…”

“오일장과 어판장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기억이 난다. 봄날 건천 장에서 알이 굵은 마늘을 샀다. 가을에는 끝물 대봉시를 건졌다. 여름날 새벽 양남 장에서는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밀도를, 가을에는 산밤을 바구니에 담았다. 감포 해녀 할머니들이 말린 자연산 미역, 떨어진 밥맛을 살려주는 미주구리는 경주가 맛의 고향임을 증명한다.”

식초를 직접 담가 비빔국수를 만드는 집, 열 가지도 넘는 장아찌를 담가놓고 매일 번갈아 상에 올리는 매운탕 집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입맛 까다로운 경주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맛집 리스트’를 짰다. 정직하게 농사를 짓고 재료를 공급하는 농민들과, 추운 겨울 바다에 나가 물질하는 해녀들까지 놓치지 않고 챙겼다. 올해 개항 100주년을 맞는 감포의 깊은 맛도 담았다. 고래, 과메기, 대게 등 경주지역 특산물 요리를 탐색하는 음식백과사전 같다.

신라왕 맛집-좌측부터 김남일 이동춘 이명아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김남일 경북도 도민안전실장이 기획했다. 국제도시였던 신라 천년의 역사와 현재까지 이어져온 민초들의 밥상을 문화로 엮어 탄생시킨 것이다. 탁월한 기획력과 부지런함은 대한민국 최고로 꼽힌다. 사람들은 “바닷물과 밤하늘의 별도 역사와 문화로 버무려내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 평가한다.

산림중심의 경북도를 해양경영 지자체로 변신시켰다. ‘독도수호’에 꽂혀 울릉도에 독도 박물관을 만들고, 독도전문선박을 건조했다. 혜초의 발자취를 따라 해양실크로드를 열고 세계 바다 곳곳에 당시 신라의 흔적을 새겼다. 홍정근정훈장, 장보고대상 본상, 울릉군민대상특별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 ‘독도, 대양을 꿈꾸다’,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 등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책을 펴냈다.

음식평론가이자 요리연구가인 이명아가 글을 썼다. 전통 식문화와 한국의 농식품, 향토음식을 찾아 글을 쓰는 기자출신이다.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음식연구원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사진은 한국의 미를 사랑하는 이동춘 사진작가가 맡았다. 전통문화와 관련된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경주·안동·상주·예천 등 종가의 의례와 한옥, 식문화 등을 사진첩에 담는 중이다.

그런데 왜 맛집 책을 내면서 신라왕까지 들먹였을까. 신라 왕 56명은 궁중음식만 먹었을까? 정답은 책 속에 숨겨있다. 경주의 숨겨진 맛집 56곳에서 새나오는 음식 냄새에 홀려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