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드살레 외 지음 / 김소정 옮김 / 갈매나무 / 1만7000원

우리 눈이 현미경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생각해보라. 만약 눈이 현미경 렌즈라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베개에 묻어 있는 박테리아 군집과 마주할 것이다. 휴대전화는 또 어떤가. 화장실 변기는?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의 여드름은? 출근길 지하철의 손잡이는?

우리는 사실 수많은 미생물과 더불어 산다. 하지만 미생물에 대해 우리의 인식은 일단 적대감 또는 거부감이다. 사실 그것은 우리가 미생물에 대해 무지하다는 반증일 뿐이다. 이번에 출간된 롭 드살레와 주전 L. 퍼킨스의 '미생물군유전체는 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는 미생물에 대한 이런 편견을 확 깨준다.

'미생물군유전체(microbiome)'이란 사람의 몸과 관련이 있는 미생물 집합체를 일컫는 말로, 노벨 생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유전학자 죠수아 레더버그가 2001년 붙인 이름이다.

'미생물군유전체…'는 우리 몸과 관련이 있는 미생물의 세계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이다. 저자들은 미생물과 인간의 관계를 이해시키기 위해 먼저 지구에서 생명이 어떤 식으로 조직되고 진화했는지 살핀다. 그리고 '우리가 미생물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2장), '지하철에서 잠자리까지, 일상에서 만나는 미생물군유전체의 세계'(3장), '내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군유전체를 찾아라'(4장) 등을 통해 우리의 몸과 미생물과의 관계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더구나 비만 스트레스 빈혈 등 이른바 현대병과 미생물군유전체의 관계에 대한 서술을 읽으면 우리가 얼마나 미생물과 불가분한 관계를 이루고 사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은 '사람과 미생물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전쟁이라기보다 긴장완화에 가깝다'고 결론을 내린다. 우리 몸의 미생물이 건강을 해치는 병원체가 아니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생명과 건강, 그리고 진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가질 수 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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