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입양소 마련

구청을 비롯해 동주민센터 보건소 경찰서까지 서울 강동구 공공시설 한켠에는 생선가게를 호령하는 듯 흐뭇한 표정을 한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작은 상자가 놓여 있다. 사료와 물이 담긴 그릇 두 개로 꽉 채워지는 '길고양이 급식소'다. 지붕에는 친절한 설명글도 눈에 띈다.

'길고양이 번식을 조절할 수 있는 중성화사업과 함께 합니다.' '길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 뒤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밥그릇은 강동구 자산입니다.' '동물을 학대할 경우 동물보호법 8조에 의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강동구가 동물 가운데도 거리를 배회하는 길고양이에 눈길을 돌린 건 지난 2013년. 고양이를 어떻게 해달라는 요구에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반대의견이 맞서는 형국이었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길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뜯는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주민들도 찬반이 크게 갈린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중성화사업 예산도 제한적이라 고민하던 차에 만화가 강 풀씨가 이색 제안을 해왔다. 1500만원을 기부할 테니 사료그릇을 제작하고 사료를 구입해 곳곳에 배치하자는 얘기였다. 아예 시범사업을 진행, 주민들 반응을 살피자 싶었다.

사료 6톤과 전용 그릇 50개를 준비해 급식소 문을 열었다. 고양이를 돌보는 주민(캣맘)들이 관리를 자처, 공공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공원 등 외부에 마련된 급식소 청소와 사료·물 공급을 담당했다. 기업과 단체에서 사료 후원이 잇따르고 공공기관은 물론 주택가도 급식소를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민원은 줄고 '동물복지'가 행정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됐다. 현재 급식소는 강동구에만 61곳, 국회의사당 등 국회 안에 4곳, 서울시 공원 등 32곳까지 확대됐고 문재인정부도 공약사업에 포함시켰다,

2013년 '동물복지·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를 제정하고 2016년 동물복지팀을 만들면서는 사업 분야가 더 확대됐다. 재건축 시공사 후원으로 구청 별관 옥상에 길고양이 쉼터를 조성해 다치거나 버려진 고양이를 보호, 입양을 연계했고 반려견 문제행동을 교정하는 '서당개', 유기견 봉사단 '포근하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문화축제 등 이색 사업도 자리잡게 됐다. 지난해 말에는 아예 유기동물 입양을 전담하는 카페 '리본센터'를 열어 버려진 동물과 주민들 거리를 좁혔다. 이해식 구청장은 "리본센터도 주민 구상으로 시작했고 주민들 자원봉사로 이끌어가고 있다"며 "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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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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