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펜스, 문 대통령과 두차례 회동 후 한국 외교적 해법 지지"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서 제재·압박 일변도로 치닫던 미국의 '원트랙' 대북정책이 외교적 관여, 즉 대화를 함께 구사하는 '투트랙'으로 선회할 조짐이다.

깊은 대화 오간 평창 쇼트트랙 경기장│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행 전용기 안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화를 원하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차례 대화를 통해 한미가 북한과의 추가적인 외교적 관여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여자 예선전을 관람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선 압박 후 대화'의 2단계 전략을 고수하던 미국이 대북압박 강화를 지속하면서도, 동시에 외교적 관여(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해 향후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이 엿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대북 압박을 지속하되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자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사흘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WP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과의 인터뷰에서 방한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한미가 북한과의 추가적인 (외교적) 관여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조건은 한국이 먼저 대북 관여, 즉 대화에 나서고, 곧 미국도 뒤따를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라고 로긴은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이 밝힌 이런 미 행정부의 스탠스는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받은 후에나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종전의 '2단계론'과는 달리 최대의 압박과 외교적 관여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를 향한 분명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압박을 지속하되, 압박 작전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최대압박 전략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양보를 거둔 뒤에야 직접 대화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이전 전략과는 달라진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펜스 부통령은 "최대압박 전략과 (외교적) 관여를 동시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중요한 점은 동맹국들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행보라고 믿을 만한 무언가를 그들(북한)이 실제로 할 때까지는 압박을 중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최대압박 전략은 지속하고 강화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화를 원하면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WP는 펜스 부통령이 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회동과 10일 스케이트 경기 관람 때 이런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아시아 방문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매일 협의를 했지만, 문 대통령과의 이 두 차례 만남 전까지 한미 양국이 평창올림픽 후에도 한국이 새로운 대북 관여를 지속할지와 관련해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이런 입장 불일치는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첫 회동 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통한 대북 관여를 실제 협상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희망했으나, 펜스 부통령은 대북압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간 두 차례 회동에서 돌파구가 열렸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펜스 부통령은 국제사회가 '대화의 대가'로 북한에 양보하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관여가 어떻게 다른지를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단계를 밟지 않는 한, 단지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만으로 경제 또는 외교적 혜택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이후 평양과의 외교적 해법을 지지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WP는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0년과는 다른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대표단에 '미국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내게 전했다"고 소개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이 진정한 제재 완화를 위해선 정확히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느냐는 로긴의 질문에는 "모른다"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펜스 대통령이 밝힌 '대화를 위한 대화'(talks about talks)는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앞서 렉스 틸러슨 장관은 수차례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북한과의 대화 그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WP는 이런 수준의 대화에서 실질적 협상(negotiation)으로 가는 길은 매우 어렵다면서 그러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대화(talking)는 필수적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로긴은 특히 미국이 전제 조건없는 초기 대화의 개념을 받아들인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한미간 균열을 해소하고 미국과 북한이 파괴적 국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희망을 가져올 절차를 밟을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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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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