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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편견 넘어 미혼모가정 지원 절실"

출산·주거·양육비·아이돌봄서비스 제공 … "초기 3년 집중지원하면 양육성공"

등록 : 2018-02-13 10:30:31

"22살에 아이를 낳았을 때 미혼모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 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돌보미를 신청하려고 해도 1년 이상 걸려 엄두를 못 냈다. 이제 초등학교 다니면 방과후 돌봄을 어디에 맡겨야 하나 걱정이다. 아이를 가지면 낳고 기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혼자 키우는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애아빠를 상대로 양육비 소송을 신청하는데 1년 가까이 됐는데 별 진척이 없다. 이 제도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안 모(30)씨 말이다.

"8년 전에 아이를 낳고 (미혼모)시설에 머물렀다. 중이염 생겨 일을 못할 지경이었는데 시설관리자가 싫은 소리를 해 언니 집으로 들어갔다. 월세를 못내 다시 아빠 집으로 들어갔지만 2016년에 집을 나왔다. 면접 때 미혼모라서 안된다는 말을 자주 들어 우울증도 생겼다. 거주할 곳이 불안정해 힘들었는데 미혼모단체인트리의 안내로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게 됐다. 그런데 월세가 거의 30만원. 프로그램 참여해야 임대를 연장해 주는 문제가 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최 모(30)씨는 주거의 안정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2일∼3일 국립극장 별오름에서 미혼모단체 인트리 회원 9명이 참여한 뮤지컬 '소녀, 노래하다'가 4회 진행됐다. 결혼하지 않은 엄마의 길을 선택한 미혼모들의 치열한 현실을 노래했다. 극중에서 여주인공의 아이를 빼돌려 입양시키는 남자친구를 향해 판사는 말한다. "네 아이에게 사과하라. 네 아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사진은 공연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인트리 제공


수원에서 거주하고 있는 정 모(37)씨는 "처음에는 고시원 생활을 하다가 입양을 보낼까 생각도 했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마음먹은 후 시청에 민원을 넣었고 긴급주거지원으로 전세임대주택을 얻게 됐다. 주거가 안정이 되니 어떻게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까 계획을 세우게 되더라. 미혼모는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지워야 한다. 우리가 사고치고 도와달라는 게 아니다. 아이를 사랑하니까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려고 많은 어려움을 무릎 쓰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입양아동의 90% 이상을 미혼모 가정의 아동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양정책의 변화와 함께 미혼모 가정에 대한 지원정책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미혼모 가정에 대한 차별이 지속되는 한 아동이 자기 부모와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 인권 기준은 무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혼모는 자녀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인식 확산돼야 = 지난 7일부터 대구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변화된미래를믿는미혼모협회(인트리) 대표 등이 모여 미혼모지원제도 개선을 논의했다. 이들은 △입양아동과 똑같은 수준으로 미혼모가정아동지원개선 △생애주기별 지원제도 도입, 단 아이가 만 36개월까지는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있도록 집중 지원 △미혼모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유예 △시설 아닌 주거지원 강화 △출산 전 국민행복카드 신청 가능 등 으로 입장을 모았다.

최형숙 인트리 대표는 "아이 낳고 3년 정도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유지를 해줘야 한다. 아이 성장에도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미혼모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시기다. 1년 동안은 전적으로 아이와 생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2년차에는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직업 교육이나 정보 제공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25개월부터 36개월에는 미혼모가 취업을 해야 한다. 이때까지 소득이 불안정해 수급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위의 돌봄 지원이 어려운 미혼모의 특수성을 고려한 요구이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미혼모가정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혼모는 낙태를 하지도 입양을 보내지도 않고 아이를 직접 기르기로 한 용기있고 책임감있는 여성이라는 꾸준한 홍보와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며 "결혼여부가 엄마자격을 결정 짓는 중요한 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단절 아닌 지지와 연대의 손길 필요 = 이런 미혼모들과 미혼모단체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미혼모를 위한 것이 아니다. 결국 미혼모자녀들의 온전한 성장발달을 지원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생명에 관한 고유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부모에 의해 양육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아동권리협약 이행을 방해하는 사회적 노력을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2016년 여름 입양가정의 학대로 사망한 은비의 엄마는 미혼모로 아이를 출산한 후 온갖 편견과 빈곤에 시달렸다. 학생의 신분으로 아이를 혼자 낳으면 학생미혼모는 교육을 받기 힘들다. 직장을 다니던 미혼모는 직장을 그만두기가 다반사다. 원가족들과의 마찰로 단절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에는 현재의 미혼모가정지원제도는 부실하다. 미혼모가정 아동이 받는 양육수당 등 지원은 입양아동이나 양육시설에 지원하는 것보다 못하다.(내일신문 2월12일 1면, '미혼모자녀·입양 이대론 안된다'기사 참조)

10대 미혼모는 주거임대계약을 할 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임대계약을 할 수가 없어 주거가 매우 불안정하다.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고, 우울증이 걸리기 쉽기 때문에 심리상담과 치료 서비스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복지서비스 전달, 포괄적 통계구축, 미혼모의 경제활동 및 자립기반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 속에 심리적으로 위축당하는 경험 때문에 자신과 관련된 복지서비스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적극적으로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임신초기부터 다양한 복지 서비스, 취업 및 직업훈련에 대한 정보롤 통합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정 센터장은 '미혼모 자녀양육 및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과제'보고서에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 개선 △미혼부의 양육비 책임강화 △미혼임산부 및 미혼모에 대한 직장에서의 차별 금지 △미혼한부모 가족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개선 △미혼모 당사자모임 활성화 지원 △청소년미혼모 학습권 보장 △미혼모 관련 포괄적 통계 구축 등을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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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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