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단속권 '만지작'

26일 서울시 심의 결과에 '촉각'

강남3구의 재건축 규제 반발에 서울시와 국토부가 강경 대응 기조를 보이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시는 당장 칼을 뽑진 않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꺼내들 수 있다며 강남3구를 압박하고 있다.

13일 강남 서초 송파구에 따르면 이들 강남3구는 정부와 서울시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재건축단지가 신청한 관리처분계획을 자체 검토를 통해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지난 연말 서둘러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재건축 단지들에 대해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을 통한 정밀 검토를 권고해왔다. 정밀 검토를 거치면 이미 신청한 관리처분계획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강남3구는 이에 반발, 구청 자체 검토 후 계획 승인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버티고 있다.

강남3구와 주민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값 안정화를 명분으로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남권 한 자치구 관계자는 "예전부터 구청이 맡아온 재건축 관련 심사를 갑자기 정부와 시가 하겠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민들이 많다"며 "원래 해오던 대로 구청 자체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강남3구가 자체 검토를 강행할 의사를 밝히면서 서울시와 국토부의 대응에 관심이 모인다.

시와 국토부는 강남3구가 일단 자체 검증 입장을 밝힌 만큼 우선은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개입은 주민 반발이 고조되는 등 역풍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다양한 규제 수단이 마련돼 있다며 강남3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외부 의뢰가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위법행위가 발생한 건 아니지만 부실한 자체 검증으로 관리처분인가를 내줬다면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구청들의 재건축 인가와 관련해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할수 있다. 점검반을 만들어 직접 챙겨보고 인가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 111조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감독상 필요한 경우 재건축 추진위원회, 사업시행자,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 시공사 등에게 자료 제출이나 보고를 명령할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이 도정법에 위반됐다고 인정될 때는 국토부가 시장이나 구청장 등에게 처분 취소·변경, 공사 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반을 구성해 재건축 사업 현장조사를 벌이고 분쟁의 조정, 위법사항 시정요구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시는 구청 업무에 대한 행정 감사 권한을 갖고 있다. 감사를 통해 대리서명, 총회 정족수 미달 등 서류상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기존에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

시가 꺼내들 수 있는 또하나의 카드는 재건축 이주 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서울시 조례는 재건축 후 이사 수요가 급증해 전월세 물량이 모자라고 집값이 오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이주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6일 열리는 서울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결과에 재건축단지와 구청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심의를 통해 일부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 시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시는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신청 후 최대 1년까지 이주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송파구 잠실 진주, 미성·크로바 아파트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의 재건축 이주 시기가 이날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 모 구청 관계자는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져야 철거와 이주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주시기를 늦추는 것은 사실상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미루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26일이 재건축을 둘러싼 강남3구와 정부-서울시 간 충돌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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