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버클리대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 "향후 시장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 달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활황세의 미 증시를 가리키며 자신의 경제정책을 반영하기 때문에 오르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UC버클리대 교수인 배리 아이켄그린은 동의하지 않는 모양새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다우지수가 대략 30% 상승한 것은 그의 정책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13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글에서 "최근 증시의 급격한 출렁임은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다'는 확실한 명제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며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주장했다.

증시의 급락과 그 파장을 해석할 때 많은 사람들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을 둘러싼 시장의 패닉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이켄그린 교수는 "현재 조건과 유사한 과거의 사례는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블랙먼데이는 엄청났다. 주가가 하루 만에 무려 22.6% 증발했다. 다우지수 사상 역대 최고 하락률이었다. 현재 다우지수에 대입하면 단 하루에 6000포인트가 빠진 셈이다.

게다가 87년 증시급락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을 배경으로 일어났다. 연준은 그해 1월부터 10월까지 연방기금금리를 100bp(1.00%p)나 인상했다. 그 결과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일이 어려워졌다. 반면 연준은 2008년 10월에 이르는 기간에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실물경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말처럼 최근의 증시 출렁임은 2008년보다 1987년을 연상케 한다.

게다가 달러가 약화되던 때라는 공통점도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 발발 직전 당시 미 재무부 장관이던 제임스 베이커는 "독일 마르크화에 비해 달러 가치가 높다"며 "달러약세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현 재무장관인 스티븐 므누신도 지난달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달러약세가 미국에 좋다"고 발언했다.

투자자가 설정한 목표가격, 수량, 시간 등의 조건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거래하는 '알고리즘 매매'가 시장급락에 한몫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기술발전 덕분에 현재의 알고리즘 매매는 더욱 복잡해졌다. 따라서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할 확률, 그에 따른 변동폭은 30년 전보다 더욱 커졌다.

그러나 1987년 블랙먼데이의 파장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해 10월 한 달간은 자산감소 효과, 불확실성 증대 등의 이유로 소비자 지출이 크게 줄었지만 이후 곧 안정됐다. 투자자들도 신속하게 투자심리를 회복했다.

이유가 뭘까. 우선 연준 신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이 재빨리 통화정책을 완화해 유동성 문제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를 잠재웠다. 시장 변동성과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게 감소했다.

둘째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넉넉한 완충재를 갖추고 있었다. 80년대 초 남미 부채위기에 혼쭐 난 월가 은행들은 이후 5년 동안 재무건전성을 크게 높였다. 물론 80년대 후반 미국 '저축대부조합'(S&L)이 파산했지만, 워낙 규모가 적어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웬만한 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이켄그린 교수는 "시장이 상승세일 때는 대부분 금융기관이 건강해 보이기 마련"이라며 "썰물이 시작되면 급격히 체력이 방전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개혁법안인 '도드프랭크법'을 약화시키려는 의회의 움직임이 그래서 더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1987년과 달리 금리정책의 운용여지가 적다. 당시 연준의 기준금리는 6%를 넘었고, 대형은행이 우량기업에게 제시하는 시장금리가 9%를 넘던 때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시장이 불안정해질 때 '그린스펀 풋' '버냉키 풋' 등 금리인하를 통해 금융권 보호책을 쓸 수 있었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비상시에 그같은 대책을 꺼내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는 게 아이켄그린 교수의 핵심 관전포인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처럼 '두려워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며 국민들을 안심시킬지, 아니면 야당인 민주당과 외국 정부, 연준 때문에 상황이 악화됐다며 비난할지 궁금하다"며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을 일삼는 대통령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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