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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교과서 가격 분쟁 끝낼 수 있을까]

"18개 출판사 합의로 가격 인하"

지난해 대비 중학생 33%, 고1학년 16% 내려 … 여전히 갈등 불씨 남아

등록 : 2018-02-14 13:20:19

교육부와 교과서를 제작·공급하는 '검정출판사'간 가격협상 줄다리기가 일단락됐다. 교육부는 13일 '교과용도서심의회'를 열어 2018학년도 검정도서 신간본 가격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초중고교 검정교과서 가격은 권당 최소 140원에서 최대 3000원까지 내릴 전망이어서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게 됐다.

검·인정도서 원가 산정기준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은 새 검정교과서를 쓰게 된다. 올해 새로 발행되는 검정교과서는 58책 413종이다. 초등학교 3∼4학년은 음악·미술·체육·영어 과목에서 새 검정교과서(8책)를, 중학교 1학년의 경우 국어·영어·수학을 포함한 검정교과서(18책)를 사용하게 된다. 고교도 국어·수학·영어·통합사회·통합과학 같은 공통과목과, 수학Ⅰ·Ⅱ를 포함한 선택과목 등 27책이 바뀐다.



검정교과서 신간본의 평균 가격은 2017년도에 비해 초등학교 3~4학년은 97%, 중학교 1학년은 67%, 고등학교 1학년은 84%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초등 평균가격은 권당 4397원으로 지난해 대비 141원(3%)이, 중학교는 평균가격이 5945원으로 2933원(33%) 내렸다. 고교 평균가격은 권당 7277원으로 지난해보다 1382원(16%)이 떨어진 가격에 공급할 계획이다.

가격산정 방식, 묘수풀이 해야 = 이번 협상의 특징은 과거 정부와 달리 강제조정이 아닌 검정출판사 18개사 전원 '합의'를 끌어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교과서 현안대책위원회'와 58책 413종의 교과용도서에 대한 가격협상을 진행했다. 따라서 올해 검정도서 교과서 1064만917부와 교사용지도서 20만9109부를 발간할 계획이다.

교고서-통합사회, 통합과학 사진 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의 학습량 적정화 기조에 따라 신간본 교과서의 평균 쪽수가 20.97% 감소하는 등 총원가 인하요인을 내세웠다. 인정에서 검정으로 전환된 도서가 28책 증가해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게 교과서 가격 하락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숨은 비결은 '교과서 가격산정' 방식이다. '도서의 권당 가격은 총 제조원가를 주문부수로 나눈 값'을 가격산정 핵심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출판업계는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부 가격 권고가 부당하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과서 가격 지연 결정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판업계의 이런 입장은 쉽게 먹히지 않는다. 가격 협상 때마다 적자타령을 하면서도 적정가격을 위한 투명한 제조원가 공개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강제조정에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4년 2월 18일 개정한 '교과용도서에 관련 규정' 33조(검인정도서와 인정도서의 가격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교과서 가격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내용은 △제조원가 중 도서의 개발 및 제조 과정에서 실제 발생하지 아니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1000분의 15 이상인 경우 △가격결정 항목 또는 비목(費目) 구분에 잘못이 있을 경우 △예상발생부수보다 실제발행부수가 1000부 이상 많은 경우다.

교육부는 이러한 규정에 따라 교과서 가격 제조원가 기준마련에 나섰다. 수년 동안 원가비용 증빙서류를 요구했지만 출판사들은 단 한 차례도 원가산정 비용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교과서 가격을 둘러싼 소송과 분쟁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교육부는 가격 산정 방식에서 잘못된 규정을 손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제기된 쟁점사항은 향후 '교과용도서 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해 풀어내겠다는 의지다. 협의회에는 교육부와 출판사가 추천한 전문가를 비롯한 학부모, 교사, 시도교육청 담당자 등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이번 교과서 가격 인하로 교사와 학부모 부담을 덜게 됐다"며 "지속적인 대화와 제도개선을 통해 상생과 협치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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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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