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으로 뚫린 남북소통 올 봄 가족상봉으로 이어져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그간 막혔던 하늘길 땅길 바닷길이 열렸지만 북에 가족을 두고 내려온 실향민들에겐 답답한 마음이 여전하다. 분단 73년. 이산가족 1세대에겐 그나마 남은 시간도 얼마 없다.

임진각에 있는 6.25전쟁 당시 폭격으로 부서지고 녹슨 장단역 열차 사이로 본 자유의 다리. 사진 남준기 기자

서울시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박옥순(94)씨는 함경북도 성진(현재 김책시) 출신이다.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오며 어머니, 형제들과 생이별을 한지 50년이 넘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3일 오후 박씨를 찾아 위로를 전했다. 박씨는 "북에 남아 있는 동생들의 생사확인과 고향을 방문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소원"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말씀하신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독였다.

설 당일인 16일에는 임진각 망배단에서 이산가족 1000여명이 참석하는 '제34회 망향 경모제'가 열린다. 조 장관은 "설을 맞아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임진각을 찾은 이산가족들과 함께 합동 제례를 드리고, 이산의 아픔을 위로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겨울 동장군 추위가 물러가고 꽃 피는 봄이 오면 이산의 한을 풀 상봉의 기회가 열릴까.

19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실향민은 13만1344명이다. 이들 중 7만2000여명이 눈을 감았고, 남아 있는 이는 6만명이 채 안된다. 생존해 있는 상봉 신청자 열명 중 8명 이상이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세상을 등지는 이산가족이 한해 3800명이다. 가족 상봉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눈을 감는 이들이 한해 2400명에 이른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것만이라도 알 수 있으면 다른 소원이 없겠다"는 절절한 아픔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이번 겨울 시작된 남북간 훈풍이 곧 다가올 봄에는 따뜻한 상봉의 기쁨으로 꽃을 피울까. 평창올림픽이 열어젖힌 남북대화·교류의 문이 70여년 쌓인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한을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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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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