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따라 빙질 달라 … 설상종목은 인공눈에서 열려

평창동계올림픽이 종반으로 넘어간 가운데 빙상종목에서 잇따라 신기록이 만들어지고 있다.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대한민국 차민규가 역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20일 저녁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획득한 쇼트트랙 3000미터 여자계주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네덜란드가 B파이널 경기에서 4분 03초 471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이 종목에서 우리나라는 준결승에서 넘어지는 불은을 겪고도 4분 06초 387로 올림픽신기록을 세웠다. 임효준 선수도 쇼트트랙 남자 1500m결승에서 2분 10초 485의 올림픽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피드스케이트에서도 신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열린 남자 500미터 경기에서 우리나라 차민규 선수를 0.01초 차이로 꺾고 금메달을 딴 노르웨이 호바르 로렌첸 선수도 34초 41로 올림픽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쇼트트랙과 스피트스케이트 종목에서는 계속해서 신기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이 평창동계올림픽 빙상종목에서 신기록이 쏟아지는 이유는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 실력이 높아진 것이 기본적인 이유지만 첨단 기술로 만들어낸 완벽한 빙질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외신과 선수들의 평가다.


얼음장인이 집중관리 = 빙상 종목은 선수의 순위와 기록 모두 빙질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경기장 빙질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경기장의 얼음은 '아이스 테크니션'이라 불리는 이들이 관리한다. 아이스 테크니션은 얼음을 총괄하는 사람으로 경기장 설계 단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얼음을 얼리는 방식, 트랙에 사용되는 물의 양, 종목에 따른 얼음의 밀도와 온도 등을 설정하며 경기장의 얼음을 전체적으로 계획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빙질은 고도, 온도, 수소이온지수(pH)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크게 좌우된다. 얼음은 일반적으로 영하 0℃에서 얼지만 고도에 따라 결정질이 크게 달라진다. 기압이 높은 저지대에서 언 얼음은 공기방울이 많고, 해발 고도가 높은 고지대에서는 얼음이 거의 완벽한 결정을 이룬다.

물의 pH도 중요하다. 경기장에 필요한 물은 약산성(pH 5~6)이다. 마시는 물은 알칼리성 물이 좋지만 얼음을 얼릴 때는 약산성을 사용한다. 알칼리성 물은 얼음에 산소가 많아져 얼었을 때 공기층이 생겨 얼음이 탁해진다.

종목마다 얼음 종류 달라 = 경기장 얼음은 물을 뿌려 만든다. 바닥에 깔린 냉각 배관에 영하 19℃ 냉매를 순환시킨 후 노즐을 이용해 물을 얇게 뿌리면 두께 0.2mm의 빙면이 생긴다. 5cm 두께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250회에 걸쳐 이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빙면의 온도와 두께는 경기 종목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표면 온도가 낮을수록 단단한 얼음이 되고 표면 온도가 높을수록 부드러운 얼음이 된다. 빠르게 질주하는 쇼트트랙은 3cm 두께에 영하 7℃ 이하로 표면 온도를 유지해야 하고, 스피드스케이팅은 영하 4~5℃, 역동적인 동작이 많은 피겨스케이팅은 5cm 두께 얼음에 영하 3~4℃의 표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온도·습도에 민감한 컬링 =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종목인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이 같은 날 열린다. 오전에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끝나면 2~4시간 만에 쇼트트랙 경기에 맞는 얼음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성질이 다른 빙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비결은 첨단 과학이다. 강릉아이스아레나는 경기장 아래 얼음을 얼리는 냉각관과 얼음을 녹이는 온수관을 함께 설계해 짧은 시간에 빙질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경기장 환경에 가장 예민한 종목은 컬링이다. 컬링 선수들은 컬링 시트 표면에 붙어있는 얼음 알갱이인 '페블'을 닦아내며 스톤의 움직임을 만드는데, 습도가 높으면 페블이 쉽게 녹는다. 따라서 컬링 경기장의 습도는 다른 종목의 경기장 습도인 40~50% 보다 낮은 35%이다.

한편 설상종목에서 사용하는 눈은 자연눈이 아닌 인공눈을 사용한다.

자연눈은 입자가 크고 밀도가 낮아 밟을 때 부피가 확 줄고 녹기 쉽기 때문에 스키, 스노보드 등의 장비가 쉽게 묻힐 수 있다. 반면에 인공눈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기계장치로 만들기 때문에 결정이 틈이 없는 육각방패 모양으로 단단하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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