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균 남서울대 관광경영학과 객원교수·전 주이집트 대사

당신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국 젊은이들은 여행을 가장 많이 선택한다. 여행은 모든 사람의 로망이다. 휴식 레저 힐링 쇼핑 등 여행목적은 다양하지만 누구에게나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고 삶의 쉼표다.

지난해 우리나라 여행수지적자는 171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 외래 관광객(1334만명)은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조치로 중국인 관광객(417만명)이 2016년보다 48.3%나 감소해 크게 줄어든 반면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2650만명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국민 해외여행이 외래 관광객보다 2배로 늘어난 것이다.

경제가 예전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젊은층의 배낭여행, 나홀로 여행, 2015년부터 시작된 베이비붐 시대 은퇴자 중 노후에도 활발한 여가활동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해외여행 증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관광경쟁력 1위 국가 스페인으로 몰려간 한국관광객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사드, 원화강세, 연휴 증가만으로는 여행수지 적자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 빈약한 관광자원과 시설, 콘텐츠 빈곤, 해외여행 목적지보다 비싼 국내관광에 대한 낮은 만족도 등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우리나라 관광경쟁력은 전세계 19위다. 그나마 2016년보다 10단계나 상승한 것이다. 국제협회연합(UIA)이 발표한 국제회의 유치율에서도 한국은 1위를 달성해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MICE 강국이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공사 지자체 등이 합심해 일구어 낸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서 2년 만에 5단계를 뛰어넘은 일본(5위), 우리보다 뒤쳐져 있었던 중국(15위)이 우리를 앞지른 것을 생각하면 아쉽다.

우리 국민의 해외관광 제1위 국가로 떠오른 나라는 관광경쟁력 1위국가인 스페인이다. 2017년 한국관광객수 4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보다 국토는 5배나 크지만 인구는 약 4700만명인 스페인이 연간 7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광산업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수출보다 높고,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크루즈 테마파크 MICE 카지노 의료관광 등 연계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조업의 1.5배 정도다.

특히 관광분야 취업자 중 청년비율은 전체 취업자중 청년비율의 2배가 넘는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절실한 상황에서 관광산업 리뉴얼과 리셋은 과제가 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관광분야 중소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를 위해 관광산업육성 펀드 270억원을 신규 조성키로 한 것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관광수지 적자 개선과 선진 관광대국은 꿈인가?

사드 문제로 인해 심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유커는 다시 돌아온다. 이제는 '방풍연' 처럼 유커나 한류 바람만 쳐다보는 식으로는 선진관광 대국에 진입할 수 없다. 생활양식 변화, 휴가제 확산, 싱글족, 액티브 시니어의 증대로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내국인의 국내관광 만족도가 높지 않는데 외국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높을 수 없다. 2001년 이래 만성적인 관광수지적자를 흑자로 개선하고 저성장시대 어떠한 강풍에도 '높이 날 수 있는 연'과 같이 관광전략이 힘을 받으려면 꾸준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 국제 수준의 다양한 관광자원 및 콘텐츠 개발, 스페인 일본 싱가포르 관광청과 같은 독립 정부기관 설립, '한국을 보기 위해 중국, 일본을 방문' 하는 시대를 지향하는 한중일 관광자원 개발협력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정광균 남서울대 관광경영학과 객원교수·전 주이집트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