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황해섬네트워크 섬보전센터장

'풀등', 풀은 모래, 등은 언덕을 뜻한다. 풀등은 바다 한가운데 모래언덕으로 하루 두번 썰물에 드러났다 밀물에 사라지는 모래섬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례(類例)를 찾기 어려운 풀등은 인천·경기만에 여럿 존재한다. 사리 때면 여의도보다 넓게 모습을 드러내 장관을 연출한다. 2003년 해양수산부는 대이작도 풀등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런 풀등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2년 인하대학교 모니터링에 의하면 현재 추세대로라면 20년 이내에 대이작도 풀등이 사라질 수도 있다. 풀등 감소는 기후변화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바다모래 채취를 첫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2억8000만㎥, 그동안 인천앞바다에서 공식적으로 퍼낸 모래의 양이다. 이는 400킬로미터가 넘는 경부고속도로 위에 폭 25미터 높이 25미터의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양이다.

해역이용영향평가, 바다모래 퍼내기 위한 형식적 절차

문제는 지금까지 바다모래채취의 영향에 대해 제대로 된 정밀한 조사와 과학적인 분석이 거의 진행된 바 없다는 것이다. 해역이용협의나 해역이용영향평가 당시 해양수산부 등이 제시한 협의의견이 이행되었는지 제대로 점검된 바 없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바다모래 채취현장은 접근하기 어렵다. 접근하더라도 바다 속이라 육안으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입출항신고는 하지만 얼만큼의 모래를 파오는지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

골재채취업자들이 지금까지 허가받은 물량만 파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는 사이 대이작도와 승봉도 등 주변 섬들의 백사장은 자갈밭이 되었고 계속 치어를 방류하지만 더 이상 풍어(豊漁)는 기대할 수 없다.

풀등 인근 선갑지적은 평택항의 입항대기지역이며 인천항의 입출항 항로로 선박운항이 빈번한 곳이다. 2011년 인천·대산·평택해양수산항만청은 대이작도 앞 선갑지적을 '바다모래 채취 금지지역'으로 결정했다.

바다모래채취 선박은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바지선(barge)인데 선박운항 빈번, 사고발생 등 선박 안전을 이유로 선갑지적을 바다모래채취금지지역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곳 바다모래가 건설용골재로 좋아 경제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5년 만에 다시 선갑지적에서 바다모래채취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양교통 안전진단 이행이 조건이라지만 선박 충돌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다.

여주 남한강에 가면 4대강사업을 하면서 파낸 강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장마철에는 모래가 쓸려내려 주변 농경지로 흘러들고 있다.

과거 갯벌이었던 인천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옆에는 새로 '산'이 생겼다. 어른 허벅지보다 굵은 나무들이 자라는 이 산은 순환골재더미이다. 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을 골재로 다시 사용하기 위해 선별한 순환골재인데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계속 쌓여 산이 된 것이다. 아래 순환골재공장에는 지금도 연신 건설폐기물을 실은 덤프트럭들이 드나든다.

바다모래채취사업의 80여가지 협의내용 이행여부 확인을

이제 환경단체뿐 아니라 어민들이 나섰다. 더 이상 단 한톨의 바다모래도 파내면 안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바다와 어민, 수산자원을 보호해야 하는 해양수산부, 풀등의 해양생태경관적 가치가 높다며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한 해양수산부, 선박운항안전을 이유로 풀등 인근 선갑지적을 바다모래채취금지지역으로 지정한 해양수산부, 추가 바다모래채취를 위해서는 정확한 조사와 과학적인 영향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해양수산부, 바다모래채취사업의 80여 가지 협의내용 이행여부를 확인하겠다던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가 풀등 인근에서 또다시 추진되고 있는 바다모래 채취계획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장정구 황해섬네트워크 섬보전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