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식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독일과 이탈리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독일과 이탈리아는 2차 세계대전 국제동맹국이자 패전국으로 전후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유럽의 부흥을 이끌었으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두 나라의 운명은 2008년 유럽 금융위기로 엇갈렸다. 통일 이후 경제 부진을 겪던 독일은 안정세를 되찾아 2016년 실업률이 유럽연합(EU) 평균보다 낮은 5% 중반으로 떨어졌으며, 100만명이 넘는 중동 난민을 받아들여 유럽 통합의 기틀을 마련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2008년부터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으며, 2015년 청년실업률이 42%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두 나라의 차이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사회통합 과정의 유무이다.

OECD 최고 자살률,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 1위

2018년 대한민국도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위소득계층 20%의 평균소득(6179만원)이 하위 20%의 평균소득(875만원)의 7배 이상일 정도로 양극화가 심화됐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11.2%까지 치솟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세계 최고 자살률이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 1위 등 각종 지표 역시 악화일로다.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려면 '양적 성장'이 아닌 소득분배 개선, 일자리 창출,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담은 '질적 성장'을 담보하는 정책개편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전세계 선진국들은 양극화·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성 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적 약자 보호·안전 등을 담은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방향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공공성은 상당히 뒤쳐진 상태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014년 OECD 33개국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공익성 33위, 공정성 33위, 공개성 29위, 시민성 31위에 그쳤다.

공공성이 낮으면 산재사망률이 더 높고, 위험관리역량은 낮다고 분석됐다. 결국 세월호·제천 참사는 안전의 문제를 공공성이 아닌 경제성으로 접근했을 때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반면 EU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사회 통합과 공동체의 기여를 고려하는 입법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체계화하고 이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나가고 있다. 유럽연합의 '사회책임조달 가이드라인'(2010), 영국의 '사회적가치법'(2012)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사회적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국정과제를 실현하려면 '사회적가치기본법'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사회적가치기본법'은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2020년까지 200억원 규모 '상생희망펀드' 조성

이에 한국국토정보공사(LX)는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 혁신성장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민간이 혁신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가 2020년까지 200억원 규모의 '상생희망펀드'를 확대 조성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공간드림센터'를 서울에 이어 세종, 전주에 구축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서 공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최대 규모인 기간제 근로자 284명(95%)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혁신성장'을 열어가는 첫걸음은 사회가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공공기관과 민간에 사회적 가치가 확산된다면 포용적 혁신성장을 위한 토양이 마련돼 우리 사회는 한층 안전하고 따뜻해질 것이다.

박명식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