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은 법무법인 채율 변호사

지난 2월 말 통계청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1.05명까지 줄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온 나라가 '초저출산 쇼크'에 주목했고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져나왔다. 나 역시 출산율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죄책감이 들기까지 하였다.

우리 부부는 아직 두돌이 되지 않은 딸 하나를 두고 있지만 둘째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30대 맞벌이 부부의 전형이다. 대학원까지 다니느라 서른이 넘어 결혼한 나는 임신부터도 쉽지 않았다. 출산 전날까지 근무를 했고 출산 후에도 짧은 휴가를 가졌을 뿐 바로 복직해야 했다. 전문직이라 오히려 내 업무를 대체해줄 인력을 찾는 것은 더 힘들었고 남편 역시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첫아이 육아 힘들어 둘째 낳지 않기로 ‘선택’

때문에 생후 한달의 신생아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돌봄 아주머니의 차지가 되었다. 밤새 남편과 교대로 두시간에 한번씩 깨는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고 아침이 되면 비몽사몽간에 출근을 했다. 남편과 순번을 정해 야근을 하고 주말이면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이라도 퇴근이 늦어지면 기다릴 아이 생각에 속이 탄다. 어린이집 대기순번은 줄어들 줄 모르고 어린이집 학대사건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매달 나가는 돌봄 아주머니의 월급이 부담되어 부모님 손을 빌리자니 나이 많으신 부모님의 건강도 걱정된다.

아이가 좀 크면 낫지 않을까 했더니,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는 아들을 둔 동네 언니는 돌봄교실 추첨에서 떨어져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에 들어가는 딸을 둔 다른 언니는 아이 교육을 위해 퇴사한 지 오래다. 이런 일상의 조각들이 모여 우리 부부는 둘째를 낳지 않기로 '선택'했다. 그렇다면 수많은 '나'들이 어떻게 하면 다른 선택을 하게 할 수 있을까.

워킹맘이 아이를 더 낳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지금도 어린 딸과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다섯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는데, 동생이 생긴다면 얼마나 더 줄어들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도 죄송하고, 돌봄 아주머니에게 드리는 비용도 부담이 된다. 잠이 모자라 건강도 엉망이다. 서른중반이 넘은 나이에 둘째를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실이 이런데 저출산이 죄악인 것처럼, 뭔가 '문제'인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이러한 수많은 이유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당장 양육비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워킹맘의 애타는 저녁 6시를 책임져 줄 수는 없다. 초등학교 1학년 부모의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춰주면 아이와 등교길을 함께할 수는 있지만, 남겨진 업무량은 다시 야근으로 돌아온다. 학교의 돌봄시간을 늘려주는 것은 워킹맘의 일하는 시간을 채워줄 수는 있지만, 아이에게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는 없다.

돌봄시간 늘려도 부모의 빈 자리는 못 채워

만약 내가 아이를 더 낳기로 결심한다면 그 이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어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려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여 행복한 청년을 만들어야 한다. 복지의 범위를 넓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응원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양성평등과 보편적 복지를 통해 젊은 부부의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면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에서 좀 더 많은 출산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지원정책만을 믿고 아이를 더 낳을 부모는 없다. 정권은 5년이면 바뀔 수 있지만, 육아는 30년이 기본인 세상이다. 모든 좋은 정책은 돌고돌아 저출산대책이 될 수 있다. 당장의 성과를 버리고, 멀리 보는 정책의 실현으로 더 많은 젊은 부부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정다은 법무법인 채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