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2016년 세계 경제올림픽이라 불리는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이 언급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전기기술과 정보기술을 이용하는 시대에서 디지털 생물학 물리학 바이오 등 기술사이의 융합으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창조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후 우리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드론 블록체인 등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어휘들은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 홍수처럼 쏟지는 4차산업혁명에 관한 정보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동시에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첨단기술은 우리 삶에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불행할 수도 있다. 기술이 특권화된 소수에게 독점된다면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것처럼 암울한 미래가 올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을 공유하면 사회발전과 함께 기술 자체도 빠르게 진화할 수 있다.

특권화된 소수가 기술을 독점한다면

지식과 기술의 공유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은 어떻게 갖춰야 할까? 또 어떻게 기회와 편익으로부터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스마트기술과 융합된 포용도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도시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기술의 융합으로 안전 교육 보건 의료 환경 등이 최적화된 상태로 관리된다. 더 나아가 지능정보기술의 발전으로 도시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스마트도시라고 부른다. '스마트 포용도시'는 이러한 개념을 뛰어넘어 사회적 약자가 도시로부터 배제될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하는데 효과적으로 대처하여 한층 진화된 도시를 말한다.

'스마트 포용도시'를 위한 사회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핀란드와 덴마크 등 북유럽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리빙랩'(Living Lab)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리빙랩은 문자 그대로 살아있는 실험실이다.

우리 말로는 '생활 실험실'이나 '마을 실험실' 정도로 옮길 수 있다. 특정한 건물이나 마을을 실험실로 상정해 새로운 제도나 기술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공동 개발하고 개량하는 사용자 주도의 개방형 혁신 모델이다.

덴마크 에그몬트 장애인 학교는 장애학생들이 4~10개월 머물며 자유롭게 공부하는 기숙학교다. 여기에 공학자들이 함께 살면서 학생들과 혁신을 찾아가는 '에그몬트 리빙랩'을 운영했다.

이 리빙랩에서 장애학생들은 게임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조이스틱을 장착한 플레이스테이션 휠체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지금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조이스틱 전동휠체어가 그렇게 탄생했다.

새로운 기술 솔루션을 도시에 적용함에 있어서도 지식과 기술의 공유가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리빙랩으로 주민들이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기술을 활용할지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책의 사각지대는 해소되고 기술의 사회적 효용은 극대화될 것이다.

향후 20년 동안 새로운 도시의제

2016년 유엔 해비타트(Habitat)에서는 '포용도시'를 향후 20년 동안의 새로운 도시 의제로 정했다.

포용도시는 기존의 지속가능한 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도시로,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들이 도시공간을 공유하고 의사결정에 있어서 시민참여가 보장되며 사회적 다양성이 존중되는 도시를 말한다.

인류 역사상 번영했던 도시들은 가장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도시였다. 포용도시의 꿈은 지능정보기술과 결합했을 때 그 이상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다. 첨단 지능정보기술에서 기술적 솔루션을 찾고 리빙랩을 통해 공유하며 확산시켜야 한다. 스마트 도시는 4차산업혁명으로 만드는 포용도시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